제목 | 성소를 찾고있는 이들에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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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2-01-03 | 조회수2,579 | 추천수30 | 반대(0) 신고 |
요한의 두제자가 예수님을 만나서 곧바로 예수의 제자가 된다. 이 사건은 두 제자에게 너무도 확실하고도 의미심장한 사건이었기에 그 시간까지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잊지 못할 사건이었던 것이다.
요즘도 성소를 찾고 있는 젊은이들을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성소를 어떻게 찾을까 망설이면서 그 답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된다.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성소를 찾는다면 대부분이 사제성소는 교구성소에서 찾고, 수도성소에 대해 생각은 있지만 정보가 부족하게 느껴져서인지 잘 모르고 있다. 남자수도회가 40개 이상되고 여자수도회는 거의 100개에 육박하고 있다.
많은 성소자들이 자신들의 성소를 올바로 찾지 못해서 그 길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고 또 잘못 성소를 식별하는 바람에 성소의 길을 끝까지 살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들도 허다하다.
아마 우리 주위에서 이러한 젊은이들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대부분이 성소를 잘못이해하고 잘못 그 여정을 밟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 아플 때가 많다.
오늘 요한을 떠나 예수의 제자 그룹으로 가게 되는 안드레아와 다른 제자, 또 동생 안드레아의 권유로 예수의 제자가 되는 시몬 베드로, 이들의 성소선택을 바라보면서 내가 수도성소를 택할 때가 떠올랐다.
나는 교구사제가 되려고 했었다. 아니 사제가 되는 길이 그 길밖에 없는 줄 알았었다. 가끔 왜관 분도수도원에 피정하러가곤 하였지만 그 집이 내집이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어떤 친구들은 분도수도원의 장엄하고 아름다운 전례 분위기에 매료되기도 하였지만 나에게는 그런 감동이 오지 않았었다. 나는 본당사제관에서 본당 신부님과 함께 살면서 교구신학생의 길을 걷고자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본당신부님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면서 본당을 떠나시게 되고 나는 홀로 본당사제관을 지키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당 수녀님들께서는 내가 성소를 잃게 될까봐 엄청 걱정하셨고 나에게 새로운 성소에 대해 소개해 주었다. 그것이 수도사제의 길이었다.
그래서 방문하게 된 것이 지금의 프란치스코회인데 지금 유기서원소인 성북동 수도원에 방문한 어느날 그날은 나에게 잊지 못할 날이었다.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함께 있는 젊은 형제들이 나의 벗이요 가족같이 느껴졌다. 자연스런 형제적 분위기가 꼭 내집처럼 느껴졌다.
방문을 마치고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오면서 내 생애 가장 간절한 기도를 내내 바쳤다. <제발 저를 받아주십시오> 나는 영세한지도 몇달되지 않았기에 수도원 입회에는 결격사유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집이 바로 내집이라는 생각에 나는 무조건적으로 입회를 결정하였다. 다니는 대학을 무조건 자퇴하고 편입을 결정하는 무모함도 보였지만 이제 내 앞에는 다른 선택이라고는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너무도 확실한 내집이었기 때문이었다.
안드레아와 다른 제자, 그리고 베드로가 <와서 보시오!>란 예수님의 초대에 응하여 보고 느낀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 바로 이거야. 이곳이 내가 살 곳이야. 이집이 바로 내집이야. 이러한 강력한 메시지 앞에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성소를 찾고 있는 젊은 남녀들에게 권고하고 싶다. 수도원들을 방문해 보고 이 집이 내집이다고 느낌이 오는 집을 선택한다면 후회가 없다. 그냥 내가(아니면 부모님이) 잘 아는 수녀님이나 신부님하고 친해서 그분을 보고 성소를 선택하게 되면 십중팔구 실패하기 쉽다. 왜냐하면 성소는 사람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내가 살 집을 이미 마련해 놓으시고 불러주신다. 그래서 가서 보면 이 집이 내 집인지 아닌지 영감이 분명히 오게 된다. 그 영감이 오지 않으면 아직 내 집이 아니니 선택하지 말아라. 다른 친구들이 간다고 따라갈 곳도 아니고 언니, 형이 갔다고 따라갈 곳도 아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를 위한 집을 마련해 놓고 계시기 때문이다.
안드레아와 다른 제자, 그리고 베드로는 가서 보고 자신의 성소를 확신하였다. 먼저 스승인 요한을 떠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주님께서 불러주시는 것이 너무도 확실하였기 때문이다.
그 때는 오후 네시 쯤이었다!!!
그 시간은 성소를 확신한 때였고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한 때였다.
나는 20년 이상 지났지만 내가 성북동 수도원을 방문했던 그 순간을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밥을 뭘 먹었고 소주를 한잔하라는 것을 부끄러워 받지 못하였고 담배는 받아서 감추며 피웠던 기억 등...
성소를 찾고 있는 이들이여, 그 시간과 때를 하느님께서는 여러분들에게 주실 것이다. <와서 보시오> 하는 주님의 초대에 기꺼이 응해 보라. 그분께서 답을 주실 것이다. 특별한 것을 기대하지 말라. 그냥 일상 안에서 이집이 내집이라는 확신을 그분께서는 심어주실 것이다.
<가서 보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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