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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벗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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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2-01-04 조회수1,857 추천수21 반대(0) 신고

 

 

2002, 1, 5 주님 공현 전 토요일

 

 

요한 1,43-51 (필립보와 나타나엘을 부르시다)

 

 

이튿날 예수께서는 갈릴래아로 나아가고자 하시던 참에 필립보를 만나셨다. 예수께서 그에게 "나를 따르시오"하고 말씀하셨다. 필립보는 안드레아와 베드로의 (고향) 고을인 베싸이다 출신이었다.

 

필립보는 나타나엘을 만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또 예언자들이 기록한 바 있는 그분을 우리는 만났습니다. 그분은 요셉의 아들로서 나자렛 출신 예수입니다." 그러자 나타나엘이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수가 있겠습니까? 하고 말했다. 필립보가 "와서 보시오" 하고 일렀다.

 

예수께서는 나타나엘이 당신에게로 오는 것을 보시고 "보라,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그에게는 속임수가 없구나" 하고 말씀하셨다. 나타나엘이 예수께 "어떻게 저를 알고 계십니까?" 하고 여쭈었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필립보가 당신을 부르기 전에 당신이 무화과나무 아래 있는 것을 내가 보았습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나타나엘이 "랍비, 랍비는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왕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무화과나무 아래 있는 당신을 내가 보았다고 말하였기 때문에 당신은 믿습니까? 당신은 이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어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진실히 진실히 당신들에게 이릅니다. 당신들은 하늘이 열려 있고 또 하느님의 천사들이 인자 위를 올라가고 내려오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묵상>

 

필립보와 나타나엘을 보면서 나의 벗들을 생각합니다.

나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준 벗들,

내가 하느님을 느낄 수 있도록 함께 한 벗들을 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벗들을 통해 나를 당신께로 부르셨습니다.

하느님뿐만 아니라 이 벗들 모두

나의 삶에, 나의 신앙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이들입니다.

유학 준비로 자의든 타의든 벗들을 만날 기회를 줄인 요즈음,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오히려 이 벗들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일일이 소식을 전하지는 못하지만 기도 안에서 벗들을 기억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언제까지나 주님의 길을 함께 걸을 수 있기를...

 

아래의 글은 작년 오늘 이 복음을 묵상하면서 이 곳에 올린 것입니다.

다시 나누고픈 마음에 지난 것이지만 올립니다.

 

 

 

나타나엘(바르톨로메오)에게

 

 

예수님께서 길가던 나를 부르셨지요.

"나를 따라오너라."

그 날 그 시간, 그 감격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말할 수 없는 감격에 젖어 있던 나는 당신을 만났습니다.

나도 모르게 당신께 예수님에 대해 말을 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간절히 기다리던 분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그분이 나자렛 출신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려

당신께 그 사실을 숨길까 생각도 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예수님이 나자렛 사람이라고 말했을 때,

당신은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래도 나는 당신을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 눈으로 확인한 나의 희망, 나의 믿음이

나 혼자 누리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이것이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당신께 다시 한번 매달렸던 것입니다.

제발 속는 셈 치고 한번 가서 예수님을 직접 보라고 말입니다.

 

당신은 내 청을 들어주셨습니다.

인간적인 정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누구보다도 메시아를 갈망하고 있던 사람이 아닙니까?

자칫하면 당신이 지닌

지식 - 나자렛에서 특별한 사람이 날 수 없다 - 때문에

절대절명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었지만,

당신은 슬기롭게도 알량한 지식에 걸려 넘어지지 않으셨습니다.

죽은 지식보다 살아있는 희망과 믿음을 선택하신 것이지요.

정말로 고맙습니다.

 

당신이 예수님을 처음 뵈었을 때, 예수님의 표정을 기억하십니까?

예수님께서는 이미 당신이 율법서에 어느 정도 능통하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필립보가 너를 찾아가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 있는 것을 보았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시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용기있는 행동을 높이 사셨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한 품에 받아들이셨던 것입니다.

 

당신은 예수님을 만나 확신에 찬 고백을 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이스라엘의 왕이십니다."라고 말이지요.

당신의 고백에서 커다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의 믿음을 더욱 굳세게 다질 수 있었습니다.

당신을 주님께 인도했다는 자그마한 보람을 느끼기도 했지요.

 

이제 당신은 나와 하나가 되어 예수님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제 당신은 나와 서로의 삶과 죽음을 지켜 볼 둘도 없는 벗이요 동지입니다.

언제까지나 이 길에 충실할 수 있도록 우리 서로 힘이 되어줍시다.

 

 

 

필립보에게

 

 

그 날, 우연한 만남이었죠.

그렇지만 평생 잊지 못할 만남이었습니다.

예수님과의 만남도 그랬지만,

이 만남을 있도록 한 당신과의 만남도 그렇답니다.

 

그 날,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날, 처음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내게서 당신이 등을 돌렸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솔직히 당신이 전해준 예수님에 대해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무화과나무 아래서 틈만나면 율법을 공부하던 나였기에

나자렛에서 신통한 사람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억나십니까?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당신의 떨리는 음성과는 대조적으로

나에게서 나온 반응은 냉랭한 것이었습니다.

 

당신에게는 극히 실망스러웠겠지만,

그 때 내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나를 당신은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제발 한번 예수님을 만나기만이라도 하라고 등을 밀었습니다.

 

메시아를 갈망하고는 있었지만,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예수님을 만나러 갔지요.

솔직히 말하자면 인간적인 정 때문에 당신을 따랐습니다.

아니 어쩌면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 사람을 송두리째 휘어잡을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내 앞에 서 있던 당신은 믿음과 희망을 가득 차 있었습니다.

당신의 확신에 찬 말과 행동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움직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과의 만남은 나를 완전히 뒤바꿔놓았습니다.

진정 당신이 옳았습니다.

주님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아니 당신이 나를 포기했다면,

당신의 확신에 찬 말과 행동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 나는 당신과 함께 예수님과 하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이 길에 함께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의 길을 함께 걷는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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