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낯선 그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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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기영호 | 작성일2002-01-16 | 조회수2,054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사람이 염치(廉恥) 없이 살려면 도대체 어디까지 살수 있을지 궁금하다. 대부분 자기를 위해 사는데 어떤 사람은 다른 세상에 사는 것 처럼 살아간다. 그런 사람을 한 번 만나면 지금껏 잊고 살던 염치가 흔들린다. 아주 쉽게 돈문제만 보면 안다.
누군가를 만날 때 단돈 만원만 달랑 가지고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 최소한 내 체면은 만원 이상 되어야지 유지 된다고 자연스럽게 믿는다. 그러면서 아깝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별로 없다. 그러나 남 모르는 사람이 좋은 일에 쓰겠다고 만원만 주라고 하면 왜 그리도 아까운지 모르겠다. 내 욕구를 위해서는 만원이 아니라 더 큰 금액이라도 과감히 지불하겠지만, 내 욕구와 상관도 없고 내 이름이 빛나지 않을 돈이라면 아무리 작은 돈도 아깝다. 어쩌면 사람 마음이 다 그런 것 아니냐고 위로를 할 분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언제까지 이런 소심(小心)함에 잡혀 살아야 하는 것인지 안타깝다.
사람들 사는 방법이 다 나같지는 않은지 자기 일도 아닌데 자기 일처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놀랍다. 물한잔도 행복이라고 생각하면 행복이 되는 모양인지 그렇게 어렵게 살아도 기쁘고 감사하며 사는 모습이 별천지를 보는 것처럼 낯설다. 아니 그립고 부럽다고 해야 더 적당한 표현이다. 오늘 복음에서 이런 감정을 느낀다.
사람이 제 한 몸 돌보기도 바쁘다고 뛰어다니는 판에 다른 사람 다 생각해주고 그것만으로 부족해 기도 시간을 통해 하느님과 세상에 보다 더 일치하려는 예수님의 모습은 아주 낯선 그림이다. 당신의 이름을 빛내주고 높이 세우려는 사람들의 장밋빛 유혹에 안주하고 싶으실 만도 하건만 당신은 갈 길을 가신다며 떠나가신다.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란 조건반사적 반성보다 사람이 이렇게 사는 것이 좋겠다란 뜻모를 경외심이 든다.
오늘도 내일도 당신의 길을 가시겠다는 말씀 앞에 오늘은 뭐가 올바른 길인지 생각이라도 하고 잘못 살자는 결심을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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