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행복한 죄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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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2-01-19 | 조회수1,979 | 추천수14 | 반대(0) 신고 |
2002, 1, 19 연중 제1주간 토요일 복음 묵상
마르코 2,13-17 (레위를 부르시고 세리들과 함께 음식을 드시다)
예수께서 다시 호숫가로 나가셨다. 그러자 군중도 모두 그분에게로 모여왔고, 그분은 그들을 가르치셨다. 그리고 (거리를) 지나가시다가 알패오의 (아들) 레위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그에게 "나를 따르시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그는 일어나 예수를 따랐다.
예수께서 그의 집에서 음식을 드시게 되었는데 많은 세리들과 죄인들도 예수와 그분 제자들과 함께 상을 받았다. 그 수가 많았으며, 이들은 예수를 따라왔던 것이다. 그런데 바리사이파 율사들은 예수께서 죄인들과 세리들과 어울려 음식 드시는 것을 보고 그분 제자들에게 "저 사람은 세리들과 죄인들과 어울려 (음식을) 먹습니까?" 하고 말했다.
예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의사는 건장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앓는 사람들에게 필요합니다. 나는 의인들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들을 부르러 왔습니다."
<묵상>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은 참으로 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이웃과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참되고 올바른 삶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의 잇속을 챙기면서 좀 더 높고 부유한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만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지난 경제 한파 때를 생각해보아도 그렇습니다. IMF 위기에 몰려 좀도둑질하는 사람들을 욕하면서도, 가난한 노동자들의 피어린 몫을 챙기는 재벌들에게는 관대했던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누가 의인이고 누가 죄인인지 알 수 없는 현실에서 가진 것 없는 이웃들은 죄인으로 단죄받고, 가진 자들은 의인으로 인정받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죄인으로 낙인찍힌 이들과 스스로 의로운 이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 멋진 한판 대결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 사이에 예수님이 계십니다. 이 대결에서 과연 누가 승리하였을까요. 결과는 죄인들의 한판승이었습니다.
"의사는 건장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앓는 사람들에게 필요합니다. 나는 의인들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들을 부르러 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죄인의 손을 들어주십니다. 의인보다 죄인이 행복한 이 순간에 우리는 함께 합니다. 스스로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인정받고 구원에 더 가까이 있다고 예수님께서 선포하시는 이 복된 순간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이 사회에서 죄인은 누구이겠습니까?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이 사회의 순리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경건하게 살아가던 바리사이파의 율법 학자처럼 살아갈 수 없었던, 싫든 좋든 그것이 잘못된 것인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가난한 형제들이 아니겠습니까?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잘난 맛에 살아갑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어느 누구의 아름다운 충고도 거추장스러울 뿐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하느님은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죄인은 다릅니다. 죄인은 다른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어합니다. 자신의 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한 사람으로 생각해 주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처지에서 자신을 건져내 줄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합니다. 죄인은 받아들여짐으로써, 인정받음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죄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죄인을 내치는 순간 그는 더 깊은 죄의 수렁으로 빠지게 됩니다. 바로 이들 죄인들에게, 아무도 시선을 던지지 않는 이들에게 예수님께서 다가가십니다. 이들이 죄를 범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을 죄인으로 단죄한 사회로부터 이들이 느끼는 서러움을 위로하기 위해, 말없이 흐르는 이들의 피눈물을 닦아주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죄인을 구하러 오신 예수님의 손길에서 벗어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웃에게 덫을 씌워 죄인으로 몰아세움으로써 죄를 범합니다. 그리고 이 덫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고 죄인으로 낙인찍힌 이들 역시 자포자기하여 자신을 제멋대로 던져버리기 쉽습니다. 이 모든 이들을 위하여 예수님께서는 오셨습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죄인임을 인정할 때 우리 모두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느님 앞에 죄인인 우리가 하느님께 ’저는 죄인입니다. 저를 구하소서’라고 간절히 진실된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다면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웃에게 죄를 덧씌우는 우리,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면서 죄를 짓는 우리와 함께 하시기 위해 하느님은 사람이 되어 오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가 벗님들 모두에게 죄인을 부르시고 구하시는 주님의 희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또한 예수님의 마음을 가지고 지금까지 우리의 시선에서 멀리 있던 사람들, 내친 사람,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 억울한 사람, 못난 사람들을 바라보고 이들에게 한 걸음 다가가 따뜻하게 안으시길 기도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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