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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어나 가운데로 나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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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2-01-23 조회수2,443 추천수27 반대(0) 신고

 

 

2002, 1, 23 연중 제2주간 수요일 복음 묵상

 

 

마르코 3,1-6 (손이 오그라든 병자를 낫게 하시다)

 

예수께서 다시 회당에 들어가셨는데, 거기에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분이 안식일인데도 그를 고쳐 주실 것인지 지켜보고 있었으니, 여차하면 그분을 고발하려는 것이었다.

 

이 때 예수께서는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일어나 가운데로 (나오시오)" 하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에 선한 일을 해야 됩니까, 악한 일을 해야 됩니까? 목숨을 구해야 됩니까, 죽여야 됩니까?" 그러나 그들은 잠자코 있었다. 그분은 노기를 띠고 그들을 둘러보신 다음 그들의 마음이 완고함을 슬퍼하시면서 그 사람에게 "손을 펴시오"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손을) 펴자 그 손이 다시 성해졌다.

 

그러자 바리사이들은 밖으로 나가서 즉시 헤로데의 도당들과 함께 예수에 대한 모의를 하여 그분을 없애 버리기로 하였다.

 

 

<묵상>

 

일어나 가운데로 나오시오

당신의 자리는 거기가 아닙니다

 

일어나 가운데로 나오시오

당신에게는 모든 이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누가 당신더러 그곳에 있으라고 했습니까

누가 당신더러 아무 시선 없는 곳에 숨으라고 했습니까

 

당신의 오그라든 손이 보기 싫어 숨으셨습니까

당신의 오그라든 손이 보기 싫다고 없어지라고 했습니까

 

일어나 가운데로 나오시오

당당하게

주저하지 말고

당신이 있어야 할 곳

내가 초대하는 곳으로 기쁘게 나오시오

 

더이상 자신을 숨기지 마십시오

더이상 자신을 숨기면 안됩니다

더이상 다른 이들의 시선에 무릎 꿇지 마십시오

 

일어나 가운데로 나오시오

 

 

예수님의 말씀은 숨죽어 지내야 했던 이들에게 한 줄기 빛과 희망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누군가를 숨죽이게 했던 이들에게 한 줄기 빛과 희망입니다. 숨죽어 지내야 했던 이들과 숨죽이게 했던 이들 모두 어둠 속에서 절망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어둠인지 무엇이 희망 없는 삶인지도 모른 채 말입니다.

 

문득 지난 시절 참으로 가슴 쓰라리게 담아 놓아던 이야기가 다시 마음을 저며옵니다.

 

이렇게 사는 저희 모습이 그렇게도 눈에 거슬립니까?

제대로 갖추어 놓지 못하고 가난하게 사는 저희가 보기 싫습니까?

이런 저희를 외국인이 볼까봐 창피하고 두렵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무자비하게 우리의 삶의 터전을 짓밟습니까?

이렇게 내쫗지 말고, 차라리 우리 동네에 높이 담을 두르십시오.

밖에서 아무도 보지 못하게 말입니다.

답답하다고 불평하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이 쳐놓은 그 담벼락 안에서 우리 오손도손 살 수 있습니다.

참으로 행복하게...

그러니 제발 이곳에서 나가라는 말만은 말아주십시오. 제발

 

88올림픽을 몇해 앞두고 도시미관을 헤친다고 빈민지역을 무작정 철거할 당시의 어느 이름 모를 철거민의 피맺힌 절규입니다. 그분들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계신지 모릅니다. 끊임없이 숨어지낼 것만을 강요당하며 오늘은 이리로 내일은 저리로 쫓겨가고, 갈 때까지 가다가 갈 곳이 없으면 이 세상을 떠나야만 하는 현실이 과연 지나간 과거만의 것인지...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더욱 아픕니다.

 

눈에 거슬리면 없애버리고, 입장이 다르면 적으로 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난하고 나서는 오만한 편의주의가 아름다운 인간 세상을 더럽히고 있음을, 나 역시 알게 모르고 오염의 주범이 되었음을 주님께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언제부터인가 한편으로 밀어놓았던 소중한 이들을 다시금 삶의 중심 자리로 초대해야 합니다. "일어나 가운데로 나오십시오! 어서 우리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라고.

 

그리고 힘없이 이들을, 가난한 이들을,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오히려 끊임없이 내치는 이들을 향해 더욱 큰소리로 외쳐야 합니다. "당장 그 죽음의 굿판을 치워버려라! 너희가 가진 더러움 싹쓸어버리고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으로 나오너라!" 라고.

 

예수님의 초대에 이 작은 한 몸 온전히 함께 하고픈 시간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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