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마음의 토양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봉헌:하느님과의 만남 그리고 하나됨 | |||
작성자김태범 | 작성일2002-01-30 | 조회수1,675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연중 제3주간 수요일 (2002-01-30) -야곱의 우물에서 독서 : 2사무 7,4-17 복음 : 마르 4,1-20
[마음의 토양] 예수께서 다시 호숫가에서 가르치셨다. 군중이 너무나 많이 모여들었기 때문에 예수께서는 배를 타고 그 안에 앉으신 다음 배를 물에 띄웠다.
그리고 군중은 모두 호숫가에 그대로 서 있었다. 예수께서는 비유로 여러 가지를 가르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 들어 보아라.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은 길바닥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쪼아 먹고 어떤 것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다.
흙이 깊지 않아서 싹은 곧 나왔지만 해가 뜨자 뿌리도 내리지 못한 채 말라 버렸다.
또 어떤 것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다. 가시나무들이 자라자 숨이 막혀 열매를 맺지 못하였다.
그러나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져서 싹이 나고 잘 자라 열매를 맺었는데, 열매가 삼십 배가 된 것도 있고 육십 배가 된 것도 있고 백 배가 된 것도 있었다.
" 예수께서는 이어서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 들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 혼자 계실 때에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이 열 두 제자와 함께 와서 비유의 뜻을 물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너희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알게 해 주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을 비유로 들려 준다.
그것은 그들이 ’보고 또 보아도 알아 보지 못하고 듣고 또 들어도 알아 듣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들이 알아 보고 알아듣기만 한다면 나에게 돌아 와 용서를 받게 될 것이다.’" 예수께서는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이 비유도 알아 듣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비유들을 알아 듣겠느냐? 씨 뿌리는 사람이 뿌린 씨는 하늘 나라에 관한 말씀이다.
길바닥에 떨어졌다는 것은 마음 속에 뿌려지는 그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날쌔게 달려드는 사탄에게 그것을 빼앗겨 버리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씨가 돌밭에 떨어졌다는 것은 그 말씀을 듣고 기꺼이 받아 들이기는 하지만 그 마음 속에 뿌리가 내리지 않아 오래 가지 못하고 그 후에 말씀 때문에 환난이나 박해를 당하게 되면 곧 넘어지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리고 씨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다는 것은 그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과 그 밖의 여러 가지 욕심이 들어 와서 그 말씀을 가로막아 열매를 맺지 못하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씨가 좋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은 그 말씀을 듣고 잘 받아들여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의 열매를 맺는 사람들을 두고하는 말이다."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인 씨앗을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열매를 맺을 수 있고 그 반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즉 우리 마음의 토양을 잘 가꾸어야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이야기다.
미사 중 강론 때만 되면 주보를 꺼내 읽거나 딴청을 피우는 신자들을 보면 여간 못마땅한 게 아니다.
오죽 재미가 없으면 그럴까 생각은 하지만 그런 사람을 보면 나 역시 당장이라도 끝내버리고 싶은 심정이 든다.
그러나 반대로 같은 강론을 듣고 미사 후 “강론 잘 들었습니다. 오늘 강론은 꼭 저에게 하시는 말씀 같았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괜히 어깨가 우쭐해지고 피곤이 싹 가신다.
비록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일지라도 말이다. 하기야 그렇게 딴청을 피운다고 엉터리 신앙생활을 한다고 매도할 수는 없을 게다. 열심히 강론을 잘 듣는다고 다 착한 사람은 아닐 테니까.
어느 농부든지 밭에 씨를 뿌리기 전에 돌을 골라내고 잡초도 뽑고 거름도 주며 비옥하게 만든 후 기후와 토양에 따라 어떤 씨를 뿌릴 것인지 결정한다.
자연의 이치도 이러한데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내 토양에 맞는 씨는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 아는 것도 중요할 뿐더러,
왜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다면 돌도 골라내고 가시덤불도 걷어내며 길바닥도 갈아 옥토로 만들 것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차이가 있거늘 때로는 기다릴 필요도 있다.
더 나아가 유명한 풍수는 좋은 땅만 잡는 것이 아니라 명당 아닌 곳도 다 사람 살 수 있는 곳이기에 땅을 사람에 맞게 가꾼다고 한다.
하긴 명당만 찾아 다니면 명당 아닌 곳에서는 누가 살겠는가?
땅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하여 일부러 결함이 있는 땅을 골라 그를 고치고자 하는 도선풍수의 모습에서 이 시대에 맞는 예수의 모습을 그려본다. 김영욱 신부(인천교구 서운동 천주교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