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실패를 두려워 하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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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인옥 | 작성일2002-01-30 | 조회수1,786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연중 제 3주간 수요일 말씀(마르 4,1-20)
예수께서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처음으로 제자들에게 하신 이유는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마라’는 당부를 하고 싶은 뜻에서였다. 하느님 나라의 선포는 농부와 같은 마음, 즉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다.
하느님 나라의 선포는 ’들을 귀가 있는’ 소수의 사람들, 즉 ’좋은 땅’의 사람들에 의해서 이룩되는 결실을 보고 일해야 한다는 말씀이시다. 그 결실은 먼저의 실패를 덮고도 남을만큼의, 삼십배, 육십배, 백배의 결실을 낸다는 것을 믿으라는 말씀이다.
그렇다.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은 주님이 하시는 일이다. 모든 사람에게 칭송받고 인정받고 모든 이를 감동시키고 화해시키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덤비는 것은, 그것이 비록 지순한 사랑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거룩하고 품위있는 생각에서 우러나왔다 하더라도, ’상처 받기로’, ’배신당하기로’ 이미 작정하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각교구마다 새로운 곳으로 새로운 단체로 새로운 사명을 위임받아 오고 가는 사람들로 어수선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예수께서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로 설명하시는 오늘의 복음은 시기 적절한 것이라 생각된다.
모두 잘해보겠다고 덤비는 것, 실패를 두려워 하는 것, 완전무결하려고 하는 것, 의욕 과잉인 것,
그런 자세로 임하다가는 사분의 삼의 실패에 지레 겁먹고 지치고 좌절하고 낙담하고 무기력해지는 꼴을 당하게 된다는 말씀이시리라. 하느님 나라는 그렇게 오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시리라.
사분의 일의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이 결실을 맺어 나머지의 실패를 덮어주고도 남는다는 말씀은 느긋함과 여유, 기다림과 인내가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먼저 가지고 있어야 할 자세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닐까. 그래야 섣불리 실패의 원인을 땅의 탓으로만 돌리는 제자들이 되지 않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또하나 땅의 문제도 곰곰이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실상 우리 마음 밭이라는 것도 수많은 돌과 가시덤불과 사탄의 유혹이 섞여있는 대부분 쓸모없는 실패의 땅이 아니던가?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 자신을 포기하고 낙담하고 불모의 땅으로 두어야 하는가?
어쩌다 정말 어쩌다 사분의 일의 영역.... 그 좋은 땅이 되는 날이 있다. 그런데 그 땅에 떨어진 복음의 씨앗이 이전의 실패를 만회하고 수십배의 결실을 내는 것이라는 걸 일러주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잘 알아 들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수십배의 결실은 무엇인가? 흔히 쉽게 생각하듯이 외적인 일, 선행, 업적, 공로를 쌓는 일만인가? 바로 우리 마음 안에 불모의 땅을 옥토로 자꾸 자꾸 영역을 넓혀나가는 수확이야 말로 최고의 수확, 최대의 결실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런 옥토가 점점 넓혀지고 개간되어서 그 안에서 저절로 뻗어나오는 외적인 결실들이 주님이 바라시고 이웃이 바라는 결실이 아닐까.
하느님 나라의 신비는 바로 그렇게 내 안에서 움트는 소중한 씨앗이며 점점 확장되는 소중한 옥토인 것이다. 과연 내 안에 그런 나라가 옹립되고 재건될 수 있을까?
비록 오늘의 내 꼴이 우스워도.... 미리 실패를 예견하고 두려워하지 말자. "그렇게 될 수 있다!"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들으라" 는 주님의 말씀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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