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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행복한 사람(연중 제4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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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2-02-03 조회수1,990 추천수16 반대(0) 신고

행복한 사람?

 

여러분은 행복하십니까?

왜 행복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무엇 때문입니까?

 

어제는 주님 봉헌 축일이었지요.

또 수도자들의 날인 봉헌생활의 날이기도 했구요.

이번 달의 주제로는 이 <봉헌>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주님께서는 자신을 성전에서 봉헌하셨죠.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봉헌되셨지요.

하지만 주님의 봉헌이 완성된 것은 십자가상의 제사를 통해서였습니다.

우리 자신도 세례와 서약을 통해 우리 자신을 봉헌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재속 프란치스칸으로서 우리는 서약을 통해 교회에 봉헌된 신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봉헌이 완성된 것은 아니지요.

우리 봉헌의 완성도 우리의 자매인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완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도생활, 서약생활을 봉헌생활이라 함은

아마도

우리의 서약생활의 본질적인 의미가

우리 자신을 바쳐드리는 것, 내어 놓은 것,

혹은 비우는 것, 결국 내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라는 뜻이 아닐까요?

따라서 수도생활 혹 서약생활은 끊임없이 비워나가고 포기하고 바쳐드리는 삶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사부님은 이를 <돌려드린다>는 표현으로 사용하십니다.

모든 좋은 것을 다 주님께 돌려드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완전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온갖 오욕칠정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음은

우리의 봉헌이 온전치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우리가 모든 것을 주님께 다 바쳐드리고 나면

우리 자신이 사라지고 없기 때문에 그 어떤 집착과 욕심에도 사로잡히지 않기에

참으로 행복할 수 있을 텐데 아직 우리의 봉헌이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불완전한 행복이

계속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바쳐드리고, 비워드리고, 돌려드리는 과정이 바로 우리의 서약생활이고 더 바쳐드릴 것이 없을 때 우리는 우리의 목숨을 주님께 바쳐드려야 하는 것이지요. 그로써 우리는 우리의 봉헌을 완성하게 됩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참으로 복된 자에 대한 선언을 하십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진복자는

한마디로 자신을 바쳐드리는 자,

자신을 비우고 버리는 자,

온갖 좋은 것을 주님께 돌려드리는 자라는 말씀이 아닐까요?

우리는 많은 것을 갖고 채우고 함으로써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서약생활, 봉헌생활을 잘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산을 더 가지려 하고

더 많은 좋은 것을 내 것으로 채우려 하고

더 많은 영적인 보화와 지식을 내 것으로 삼으려 하는 것마저도

행복의 길이 아님을 우리는 심각하게 깨달아야 합니다.

채움의 길이 행복이 아니라

비움의 길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거죠.

 

우리 크리스천에게 있어

그리고 우리 프란치스칸에게 있어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진복자의 실천은

우리의 봉헌생활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돌려드리고 비우고 바쳐드림의 생활이 행복의 길이요

우리의 서약생활이라는 것이지요.

 

이번 한 달 동안

나는 무엇을 얼마나 주님께 바쳐드리고 있는가를 돌아봅시다.

그리고 나는 무엇을 어떻게 주님께 바쳐드릴까를 생각하고 끊임없이 돌려드리도록 합시다.

내가 돌려드리면 드리는 만큼 나의 행복도는 증가하게 됩니다.

내가 돌려드리지 않고 나의 것으로 챙기기에 급급하면 할수록

일시적인 충족감, 포만감 때문에 행복할 수는 있겠지만

참 행복은 절대로 맛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회원 여러분!

어떤 행복을 원하십니까?

우리 회원으로서의 생활은 그 자체로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길을 선택한 것이 바로 우리의 서약생활, 재속 프란치스칸으로서의 생활입니다.

내가 훌륭한 프란치스칸이냐 아니냐는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지요.

여러분 모두 이 봉헌생활에 충실함으로써

주님께서 주시는 그 참된 행복을 만끽하게 되시길 축원합니다.

 

재속 프란치스코 서울 안또니오 형제회 월례미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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