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홀로>와 <함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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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2-02-06 | 조회수2,820 | 추천수34 | 반대(0) 신고 |
예수님께서는 <홀로> 하느님과 맞대면할 때가 있었는가 하면 끊임없이 제자들과 <함께>, 그리고 군중과 <함께> 하셨다. 그리고 제자들을 <둘씩 짝지워> 파견하셨다. 그리고 둘이나 셋이 당신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함께> 하시겠다고 하셨다.
오늘 말씀에서 특히 <둘씩 짝지워> 파견하시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가끔 참 좋은 분인데 함께 일하기는 어렵고 독불장군처럼 홀로 일하는 성향이 강한 분들을 보게 된다. 어떤이들은 별 능력은 없어도 함께 일하기를 좋아하는 분들도 보게 된다.
수련 때 농장일을 시켜보면 남들은 함께 담소도 하면서 밭을 메는데 꼭 혼자 멀찍이 떨어져서 풀을 뽑는 형제도 있더라. 어떻게 보면 능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홀로> 하기를 즐기는 지도 모르겠다.
예수님도 분명 홀로 하셨다. 그러나 예수님의 홀로하심은 거의 항상 아버지와 단둘이 있고 싶어함의 결과일 뿐이었다. 아버지와 대화하고 아버지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기 위해 <홀로>하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홀로>의 시간은 <함께>를 위해 있는 시간이었다.
예수님은 <파견받은 자>로서 이 <함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당신도 사도들을 <파견>하시면서 이 <함께>를 원칙으로 내세우신 것은 아닐까? <홀로> 따로 파견하시지 않고 <둘씩 짝지워> 파견하신 이유가 무엇일까?
가끔 교구 신부님들을 바라보면서 <홀로>여서 참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으니까???(사실은 그럴수도 없겠지만) 그러나 한번 더 생각해 보면 <홀로>이기에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 수도자들은 늘 <함께>를 살아가기에 때로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 <함께> 때문에 늘 든든할 수 있다. 언제나 형제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웬수>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이 형제들이 없으면 홀로 이 멀고도 험난한 영적여정을 어떻게 걸어나갈 수 있을까 끔찍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느님께서는 태초에 사람을 만드시면서도 <홀로>가 보기가 안스러워 <함께>하도록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고 하지 않는가?
때로 <함께>의 대상인 가족이나 형제가 웬수로 보일 때도 있지만 이 <함께>에 대한 감사가 있을 때 우리는 참으로 파견받은 제자의 신분을 살 수 있게 된다.
나는 <홀로> 있기를 좋아하는가? 그래야 한다. 하느님과는 가능하면 <홀로>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동료 인간들과는 늘 <함께>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예수님의 제자다운 제자는 될 수 없다.
내가 어떤 처지에 있든지간에 이 <홀로>와 <함께>에 충실해야만 한다.
나의 <홀로> 있음과 나의 <함께> 있음이 참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꾸려나가자. 그럴 때 나의 약점과 부족함도 문제가 되지 않고 다른 이웃의 다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니시, 좋더라!> 하신 창조주의 기쁨을 우리도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하느님과 <홀로>가 좋더라! 이웃과 <함께>가 좋더라!
아, 이 기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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