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무엇이 참으로 강한 것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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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2-02-08 | 조회수1,644 | 추천수15 | 반대(0) 신고 |
2002, 2, 8 연중 제4주간 금요일 복음 묵상
마르코 6,14-29 (헤로데가 예수의 소문을 듣다, 세례자 요한의 죽음)
헤로데 왕이 (예수의 소문을) 들었다. 사실 그분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분에 대해서) "세례자 요한이 죽은 이들 가운데서 일으켜진 것이다. 그러기에 그에게 기적의 힘이 솟아난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그는 엘리야이다" 하고, 또 다른 이들은 "그는 (옛) 예언자들 중의 한 분 같은 예언자이다" 하고 말했다. 그런데 헤로데는 (이런 소문을) 듣고서 말하기를 "내가 목을 벤 요한 그 사람이 일으켜진 것이다" 하였다.
사실 헤로데는 (전에 사람을) 보내어 요한을 붙잡아서 감옥에 묶어 두었었다. 이는 그의 동기 필립보의 아내 헤로디아 때문이었는데, 그는 이 여자와 결혼했던 것이다. 그래서 요한은 헤로데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동기의 아내를 데리고 살아서는 안됩니다" 하곤 했었다. 이에 헤로디아는 요한에게 앙심을 품고 그를 죽이려고 애썼으나 그럴 수 없었다. 헤로데는 오히려 요한이 의롭고 성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그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헤로데는 요한을 감싸 주고, 또한 그의 말을 들을 때 몹시 난처해하면서도 기꺼이 귀담아 듣곤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가 왔다. 헤로데가 자기 생일에 고관들과 무관들과 갈릴래아 유지들을 (초청하여) 잔치를 벌인 날이었다. 그 헤로디아의 딸이 들어와서 춤을 추어, 헤로데와 또한 그와 함께 음식상을 받은 사람들의 마음에 들었다. 왕은 어린 소녀에게 "네가 원하는 것을 나한테 청하거라. 그러면 너에게 주리라" 하고 말했고 더구나 소녀에게 "나한테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비록 내 나라의 반이라도 너에게 주리라" 하고 굳게 맹세까지 하였다. 그러자 소녀가 나가서 자기 어머니에게 "무엇을 청할까요?" 하니, 그 여자는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청하거라)" 하고 일렀다.
소녀는 곧 서둘러 왕에게 돌아와서 "바라옵건대 당장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얹어 저에게 가져다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그러자 왕은 괴로웠지만, 이미 맹세까지 했고 또한 같이 음식상을 받은 사람들 앞이어서 소녀의 (청을) 물리치고 싶지 않았다. 왕은 즉시 경비병을 보내며 요한의 머리를 (베어)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경비병은) 곧 물러가서 감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쟁반에 얹어 날라 와서 어린 소녀에게 주니, 어린 소녀는 그것을 자기 어머니에게 갖다 주었다. 요한의 제자들이 (소문을) 듣고 와서 그의 시체를 거두어다가 무덤에 안장하였다.
<묵상>
오늘 박해자 헤로데와 힘없이 죽어간 세례자 요한을 만납니다. 헤로데는 당시 최고 통치자로서 강한 자를 나타내며, 세례자 요한을 올바른 길을 걸어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탓없이 죽어야 했던 약한 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적어도 인간적인 기준으로만 보면 헤로데는 강자(强者)이고, 세례자 요한이 약자(弱者)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을 따라 복음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우리의 입장에서 과연 헤로데가 강자이고, 세례자 요한이 약자라고 단순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불안해하는 불쌍한 인간 헤로데를 보십시오. "내가 목을 벤 요한 그 사람이 일으켜진 것이다." 우리는 헤로데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습니다. 헤로데는 세례자 요한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통치자로서 자신의 강함을 드러내기 위해 그의 아내 헤로디아의 계략에 말려들어간 참으로 약한 사람이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목을 벨 수 있었던 헤로데의 강함은 당장에는 인간적인 연약함을 가릴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마침내는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초조해하는 약하디 약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힘없이 죽어간 세례자 요한은 헤로데의 온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정의를 위해 죽어간 사람이 부정으로 얼룩진 살아있는 사람을 지배하는 참된 의미의 강함을 보게 됩니다.
이처럼 믿는 이들의 가치 기준에 따르는 강함과 약함은 인간적인 가치 기준의 그것과는 반대가 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눈에 보이는 권력이 참된 강함이 아니라 진리와 정의를 위해 힘없이 죽어가는 약함이 참된 강함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밟고 서 있는 권력자들의 허황된 거짓 강함이 아니라, 사랑과 평화와 해방의 복음을 위해 살아감으로써 고통받고 죽어가는 약한 이들 안에서 빛나는 참된 강함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용기있게 복음 때문에 고통받고 죽어가는 약한 이들과 하나가 되어 주님의 강함을 온 세상에 드러내야 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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