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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 사제의 소박한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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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2-08 조회수2,280 추천수30 반대(0) 신고

2월 9일 연중 4주간 토요일-마르코 6장 30-34절

 

"예수님과 제자들은 찾아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다."

 

 

<한 사제의 소박한 기쁨>

 

최근 아프리카 수단의 한 반군지역으로 의료선교를 떠난 후배 신부님으로부터 이메일을 전해 받은 저는 작지 않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그가 보낸 장문의 편지에는 마치도 A.J. 크로닌의 소설 "천국의 열쇠"에서 주인공 치셤 신부가 처음 중국에 선교사로 도착했을 때 펼쳐졌던 참혹했던 상황 이상의 상황이 묘사되고 있었습니다.

 

허리를 90도 이상으로 굽혀야만 들어갈 수 있는, 들어가서도 30초 정도 지나야만 사물을 확인해볼 수 있는 흙과 대나무로 얼기설기 지은 움막 같은 진료소가 그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먼지가 가득 쌓인 구식 혈압측정기, 거미줄에 둘러 쌓인 포도당 용액, 독기를 품고 사정없이 공격해대는 말라리아 모기들,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지저분한 환자들, 먼지가 가득 앉은 소독되지 않은 기구들,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는 상황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구름처럼 몰려드는 갖은 질병의 환자들...지난밤부터 30km 이상 걸어서 도착한 환자들, 한 두끼 굶는 것은 기본인 그들, 하루 이틀 기다리는 것은 이제 기본이 된 그들은 하염없이 자신의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온 몸이 종기 투성이인 환자. 관절 부위 모인 엄청난 양의 고름. 메스를 대자마자 분출해대는 1리터 이상의 고름. 사람의 형상이라고 할 수 없는 모습을 한 중증의 나병환자들...이 모든 상황들을 미리 짐작은 했지만 당장 코앞에 닥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끊임없이 몰려드는 환자들의 간절한 눈망울을 바라보며 후배 신부는 즉시 팔을 걷고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소박한 기쁨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자연유산으로 인한 하혈로 사경을 헤매던 아주머니가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을 하였고, 수족 관절의 고름 때문에 걷지 못하던 청년이 제 발로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분명 자신이 처한 상황은 처참하리 만치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그 후배신부는 좋아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가 보낸 편지의 곳곳에는 최선을 다해 투신하는 한 의사요 사제의 순수한 기쁨이 아로새겨져 있었습니다. 편지 말미에 그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제 큰 욕심은 버리기로 했습니다. 단지 이 사람들에게 작은 것이 되겠지만 형제적 사랑을 연결해주는 작은 고리가 되고자 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과 제자들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군중들을 떠나 좀 쉬려고 한적한 곳으로 피해 가는 장면이 묘사되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으면 예수님과 제자들은 식사할 시간조차 내지 못해 끼니를 거르기가 보통이었습니다. 더 이상 계속하다가는 과로로 쓰러질 것임을 직감한 예수님과 제자들은 잠깐이나마 눈이라도 붙여보겠다는 의도로 군중들을 떠나 한적한 곳으로 피해갑니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사람들은 예수님 일행을 앞질러 미리 도착해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끊임없이 몰려드는 군중들, 그로 인한 과다한 업무들로 그들의 받았던 스트레스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과 함께 함으로 인해서, 그리고 그 봉사 자체가 이웃을 살리는 소중한 봉사였기에, 제자들은 기쁜 얼굴로 신명나게 예수님의 구원사업에 협조하였습니다.

 

우리의 봉사가 진정 마음에서 우러난 봉사, 주님 때문에 하는 봉사일 때, 그 봉사 자체가 기쁨이며 보상입니다. 우리가 진정 순수한 마음으로 이웃봉사에 전념할 때, 주님께서는 지칠 줄 모르는 힘과 열정과 건강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실 것입니다. 이웃을 위해 자신을 온통 바치면서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한 영혼은 교회에 크나큰 생명력을 부여해주는 가장 큰 보물입니다. 한 의인이 이웃을 위해 진정으로 희생할 때, 하느님께서는 그의 희생을 보시고 많은 죄인들을 회개시키십니다.

 

봉사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첫째가는 사명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하느님과 세상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세상을 향한 기도이든, 고통의 수용이든, 실질적인 이웃봉사이든 상관없습니다. 자신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봉사의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오늘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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