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새 입회자들을 맞이하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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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2-02-18 | 조회수1,844 | 추천수15 | 반대(0) 신고 |
오늘 우리 수도회에 새로 입회하여 청원기를 시작할 10명의 형제들의 입회미사가 봉헌되었다.
수도자는 공의회 문헌이 말하는 바대로 <하느님 나라를 지금 여기서 살고 보여주는 사람>이다. 20대의 젊은이들이 당차게 그 삶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이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오늘 복음은 마침내 최후심판 기사가 읽혀졌다. 종말에 어떤 사람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것이고 어떤 사람이 그렇지 못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이 종말론적인 하느님 나라를 지금 이 현세에서부터 살고 다른 이들에게 증거하기 위해 새로운 일꾼 10명이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종말론적인 하느님 나라를 지금 여기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오늘 주례를 하신 관구봉사자는 구체적으로 이제 내가 주인인 삶에서 하느님 그분이 주인이 되는 삶, 따라서 내 맘대로가 아니라 하느님 맘대로, 하느님 뜻대로 살아가는 삶이고, (그것이 바로 순종생활이다) 이제 수많은 것을 소유하려던 삶에서 하느님만 소유하고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것만 소유하려는 삶, 그리고 온갖 좋은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리고 내것으로는 아무것도 남겨놓지 않는 삶이며, (그것이 바로 가난생활이다) 이제 내 자신을 사랑하고 부모 형제를 사랑하고 애인을 사랑하던 것보다 더 하느님을 최고의 연인으로 사랑하는 삶 (그것이 바로 정결생활이다)이라고 하셨다.
수도생활은 바로 하느님이 중심이 되는 이러한 삶을 통해 종말에 누리게 될 그 복락을 미리 앞당겨 살고 세상사람들에게 그 복락을 증거하는 삶이라는 것이다.
오늘 이러한 삶을 시작하려는 10명의 형제들은 인간적인 측면에서 볼 때 과연 그러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부모님들은 자식을 봉헌하면서도 기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이미 이 삶을 살고 있는 형제들이 그것을 증언해 주고 있지 않은가! 수많은 형제들이 이 삶의 복락을 삶으로써 보여주고 있고 또 그렇게 기쁘게 살아가고 있기에 걱정할 것이 없다. 능력이 부족하고 수많은 인간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하느님 나라를 사는 데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수많은 선배들이 이들 못지 않게 온갖 약점 덩어리이지만 수도자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래, 새 입회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 정말 잘 선택했고 잘 왔다고 등을 두드려주고 싶다. 그리고 걱정말고 이 선배들을 보면서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20여년 전 내가 입회하던 그 날을 회상해보며 다시 초발심으로 돌아가야지 하고 두손을 꼭 쥐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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