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마중물
이전글 이전 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투발루  
작성자김태범 쪽지 캡슐 작성일2002-03-06 조회수1,959 추천수13 반대(0) 신고

사순 제3주간 수요일 (2002-03-06) - 야곱의 우물에서

독서 : 신명 4,1.5-9 복음 : 마태 5,17-19  

 

  

[마중물]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의 말씀을 없애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아라. 없애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분명히 말해 두는데, 천지가 없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율법은 일 점 일 획도 없어지지 않고 다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작은 계명 중에 하나라도 스스로 어기거나, 어기도록 남을 가르치는 사람은 누구나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사람 대접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계명을 지키고, 남에게도 지키도록 가르치는 사람은 누구나 하늘 나라에서 큰사람 대접을 받을 것이다.”

 

                                           (마태 5,17-19)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지만 내 자랄 적만 해도 마을마다 공동 우물터가 있었고, 거기에 우물이 아니면 수동식 펌프가 한 대씩 있었다.

 

이 펌프는 쓰지 않을 때는 물이 빠져 있기 때문에 새로 물을 길으려면 물 한 바가지를 넣어 힘껏 펌프질을 해주어야 했다.

 

이렇게 펌프에서 물이 나오지 않을 때에 새 물을 끌어내기 위하여 위에서 들이붓는 물, 그 첫물을 우리말로 ‘마중물’이라고 한다.

 

지난해 11월, 전북 부안 계화도에서 ‘새만금 갯벌과 어민을 생각하는 김정식 노래마당’이 있었다.

 

계화도는 새만금 갯벌 간척사업으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바다에 나가 어업도 못하고 이제는 농사에 대한 가냘픈 희망마저 허망해지고 있는 터에, 생활성가 가수 김정식 로제리오님의 노래마당은 따뜻한 위로와 새로운 다짐의 자리가 되었다.

 

그 노래마당에 초대손님으로 군산 내초도의 목사님이 오셨다.

 

목사님은 내초도 어민들 또한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그 누구보다 힘들어 한다며, 우리 모두 새만금 갯벌을 살리고 하느님의 생명을 살리는 ‘마중물’이 되자고 강조하셨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마중물’을 들으니 참 신선했다.

 

마중물은 첫물이지만 마실 물은 아니다. 저 파이프 깊이 들어가 고인 물을 흔들고 일깨워 세상 밖으로 솟구치게 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마중물은 사라지는 물이다. 하지만 펌프질하는 이는 마중물 없이 마른 펌프에서 샘물을 솟아나게 할 수 없다.

 

날이 갈수록 예수님을 파는 사람은 많아지지만 예수님의 삶을 사는 사람은 적어지는 세태에서 정작 필요한 것은 한 바가지의 마중물일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행하고 가르치는, 세상 속에 기꺼이 스며들고 자신은 사라지는 그런 물 말이다.

 

                         장영예(가톨릭 파트너십 연구교육원)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