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제 우린 한 식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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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2-03-14 | 조회수2,296 | 추천수29 | 반대(0) 신고 |
3월 15일 사순 제 4주간 금요일-요한 7장 1-2절
"그 때에 예수께서 유다인들이 자기를 죽이려고 했으므로 유다 지방으로는 다니고 싶지 않아서 갈릴래아 지방을 찾아 다니셨다."
<이제 우린 한식구>
얼마 전 한 아이가 저희 집에 도착했을 때, 저희는 상당한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는 오랜 기간 경찰서와 구치소, 분류심사원에서의 팍팍하고 긴장된 생활을 거치면서 얼마나 많이 걱정하고 시달렸는지 아이들 표현에 따르면 "팍 삭아서 맛이 간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잔뜩 주눅이 들어있었지만 강한 자기보호본능의 표현인지 오자마자 저희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좋게 말하는데, 날 건드리지 말아요. 나 이래봐도 큰 건한 사람이라구요. 그리고 나 도저히 여기 못살거니까 그리들 아세요."
저희는 최대한 합동작전으로 나갔습니다. 회유와 협박, 끊임없는 대화를 통한 말고문 등등.
"애야! 우리는 언제나 널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란다. 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사랑한다. 너는 돈보스코의 집에 들어오는 순간 이제 우리 식구란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너와의 인연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너를 아들처럼 생각한단다."
생전 들어보지 못했던 이런 말들을 귀에 상당히 거슬린다는 찝찝한 표정으로 들으면서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나?"하고 의아하게 쳐다보던 아이는 몇주일간의 삶을 통해 제 말이 사실이란 것을 확인했습니다.
어제 소풍 차 에버랜드로 향하는 봉고차 안에서 저는 백미러를 통해 아이의 얼굴을 자주 살폈었는데, 아이의 얼굴에서 "나는 이제 이 집 식구다" "나는 이제 받아들여졌다",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받아들여진다"는 것처럼 기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거절당한다", "거부당한다", "왕따당한다"는 것처럼 기분 나쁘고 슬픈 일은 다시 또 없을 것입니다. 왕따의 서러움은 그것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도저히 알 수 없는 고통스런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동족인 유다인들로부터 철저한 배척을 당하시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동족들로부터, 자신이 자라난 고향사람들로부터 당한 따돌림과 거절 앞에 예수님께서 느끼셨던 소외감은 참으로 큰 것이었습니다.
자주 느끼는 바이지만 수도원이나 수녀원에도 반드시 냉담자가 있습니다. 신부님들 가운데도 하느님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교회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다거나 교회 가까이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 가운데 하느님과 가장 먼 생활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깊어 가는 사순시기, 우리 역시 우리의 그릇된 메시아관으로 인해 고통과 시련이란 얼굴로 다가오시는 하느님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입맛에 맞는 하느님, 우리의 지극히 사소한 바램만을 끊임없이 해결해주시는 죽은 하느님을 추구하지는 않는지 진지하게 우리 신앙을 점검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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