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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설익은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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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태범 쪽지 캡슐 작성일2002-03-15 조회수1,891 추천수13 반대(0) 신고

사순 제4주간 금요일 (2002-03-15) - 야곱의 우물에서

독서 : 지혜 2,1ㄱ.12-22 복음 : 요한 7,1-2.10.25-30  

 

  

[설익은 지식]

 

그때에 예수께서는 유다인들이 자기를 죽이려고 했으므로 유다 지방으로는 다니고 싶지 않아서 갈릴래아 지방을 찾아다니셨다.

 

그런데 유다인들의 명절인 초막절이 가까워지자 형제들이 명절을 지내러 올라가고 난 뒤에 예수께서도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올라가셨다.

 

한편 예루살렘 사람들 중에서 더러는 “유다인들이 죽이려고 찾는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 아닌가?

 

저렇게 대중 앞에서 거침없이 말하고 있는데도 말 한마디 못하는 것을 보면 혹시 우리 지도자들이 그를 정말 그리스도로 아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리스도가 오실 때에는 어디서 오시는지 아무도 모를 것인데 우리는 이 사람이 어디에서 왔는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하고 말하였다.

 

그때 예수께서는 성전에서 가르치시면서 큰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나를 알고 있으며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내 마음대로 온 것이 아니다.

 

나를 보내신 분은 정녕 따로 계신다. 너희는 그분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나는 그분에게서 왔고 그분은 나를 보내주셨다.”

 

그러자 그들은 예수를 잡고 싶었으나 그에게 손을 대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예수의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던 것이다.

 

                                    (요한 7,1-2.’10.’25-30)

 

 

나는 유아세례를 받았고, 소신학교에 다녔으니 신앙에 관한 한 정통적 교육을 받은 사람인 셈이다.

 

그런데 대신학교에 입학한 첫해, 십자가에 대해 배우면서 신학을 배우는 보람을 비로소 만끽할 수 있었다.

 

나는 그 동안 인간의 죄악이 무한하므로 그 죗값을 치르기 위해서는 무한한 제물이 필요했고, 무한한 존재는 하느님밖에 없으므로 하느님이 몸소 사람이 되시어 십자가에서 그 죗값을 대신 치르셨다는 보상신학을 십자가 신학의 전부인 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외아들을 십자가에서 죽게 하고 인류를 용서해 주는 그런 하느님의 정의는 마땅히 감사와 찬미를 드려야 할 대상이었지만 뭔가 마음 한구석에 꺼림칙한 것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라칭거 추기경의 저서 「그리스도 신앙 어제와 오늘」을 읽으면서 십자가는 하느님 아버지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행위임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십자가를 향해 진정한 감사와 찬미를 드릴 수 있었다.

 

마태오에 의하면 예수는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여 최소한 두 살까지 거기서 사셨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집트 피난에서 돌아와 사셨던 나자렛 출신으로 불렸다.

 

하긴 요셉과 마리아의 고향이 나자렛이었으니 무리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유다인들이 예수를 메시아로 받아들이는 데 큰 걸림돌이 되었다.

 

메시아는 다윗의 후손이므로 당연히 다윗의 고장인 베들레헴에서 나야 한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역시 설익은 지식, 선입관이나 편견으로 하느님을 거역하거나 심지어 하느님을 죽일 수도 있다. 조심해야 할 것이다.

 

전에 내가 십자가에서 자신의 아들을 죽인 괴팍한 하느님만 보고 외아들을 내어준 아버지의 사랑과 자비를 보지 못했듯이’….

 

                             임문철 신부(제주교구 서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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