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지하철 2호선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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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2-03-20 | 조회수2,526 | 추천수32 | 반대(0) 신고 |
3월 21일 사순 제 5주간 목요일-요한 8장 51-59절
"내가 내 자신을 높인다면 그 영광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에게 영광을 주시는 분은 너희가 자기 하느님이라고 하는 나의 아버지이시다. 나는 그분을 알고 있으며 그분의 말씀을 지키고 있다."
<지하철 2호선에서>
오늘 오후 2호선 지하철을 타고 갈 때의 일이었습니다. 저는 오늘 다시 한번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으로 인한 공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에 대해서 피부로 실감했습니다.
영업사원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제 건너편에 앉아있었는데, 마치 지하철 한 칸을 전세라도 낸 것 같았습니다.
"여보세요! 나 아무갠데, 나한테 연락 온 거 없어? 좀 있으면 K사장한테 전화올텐데 나 곧 사무실에 도착한다고 그래! 나 없다고 자리들 뜨지 말고 잘 들 하고 있으라구. 그래 끊어!"
그냥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싸우듯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찡그려졌습니다.
아무개씨의 싸우는 듯한 통화가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바로 제 옆에 앉아있던 30대 남자가 또 통화를 하려는 듯이 휴대폰을 꺼내들었습니다.
"잠시라도 눈 좀 붙이면서 갈려고 했는데...오늘 이거 영 일진이 안 좋네!"하고 속으로 투덜거렸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의 매너는 아무개씨와는 분위기부터 달랐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안 주려는 듯 최대한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통화를 시작했는데...한 순간이었지만 그분의 통화내용은 오후 내내 제 귓전을 따나지 않았습니다.
"어머님이세요? 오늘 못 찾아뵈서 정말 죄송해요. 생신 축하드리고요,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주말에 내려가 뵐께요."
특히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란 그분의 말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가 들어본 그 어떤 말보다도 감동적인 말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그분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참으로 대단한 효자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 대한 감사, 부모에 대한 순종, 이러한 마음은 세상만사의 근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철저하게도 하느님의 뜻에 따라 행동하시는 "효자중의 효자", 예수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평생 한치의 오차도 없이 하느님 아버지의 뜻만을 충실히 실천했던 삶이 예수님의 삶이었습니다. 자신을 찾지 않고 오직 하느님의 영광만을 위해 온전히 봉헌된 삶이 바로 예수님의 삶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 기간동안 행하신 일들을 살펴보면 예수님께서 얼마나 하느님 아버지께 충실하셨던가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일을 아버지의 이름으로 행하셨습니다. 죽었던 사람을 살리는 일도, 불치병을 치유하실 때에도, 복음을 전할 때에도 오직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이 드러나도록 노력하셨습니다. 언제나 하느님 아버지를 높이 들어올리고 자신은 하느님 아버지의 등뒤로 숨었던 분이 바로 예수님이셨습니다.
세상에 다시없는 효자가 바로 예수님이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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