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잔디구장에서 부활의 새벽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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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2-03-30 | 조회수2,164 | 추천수25 | 반대(0) 신고 |
3월 31일 예수 부활 대축일-마태오 복음 28장 1-10절
"곧 뒤따라온 시몬 베드로가 무덤 안에 들어가 그도 역시 수의가 흩어져 있는 것을 보았는데 예수의 머리를 싸맸던 수건은 수의와 함께 흩어져 있지 않고 한 곳에 잘 개켜져 있었다."
<잔디구장에서 부활의 새벽을>
지난가을부터 우리 친구들과 수사님들 사이에 축구 붐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점심 저녁으로 한 두 명도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이 개떼처럼 몰려다니면서 축구를 하다보니 운동장에 심어졌던 잔디들이 많이 상했습니다.
그리고는 겨울이 다가왔습니다. 또 지난겨울에 눈이 얼마나 자주 왔었습니까? 그리고 2월이 지나고 3월이 왔습니다. 저는 매일같이 운동장에 나가서 이제나저제나 하고 잔디가 다시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잔디는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잔디구장에서 축구시합 하기는 글렀구나!"하고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딱 1주일 전이었습니다. 운동장 여기저기서 아주 작지만 파란 잔디들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눈물겨운 순간이었습니다. 제 눈으로 보았을 때 지난 해, 무수한 운동화 발자국과 추위와 눈보라에 죽었다고 생각했던 잔디들 사이에서 새싹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예수님 부활 역시 이런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이제 예수님 인생은 끝장났구나. 뭔가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했었는데, 그게 사실이 아니었구나" 하고 크게 실망하면서 다들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완전히 끝장났다고 생각했던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더욱 새파랗게, 더욱 활기차게, 더욱 하느님 아버지와 일치된 모습으로 다시 살아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부활하신 것만 해도 감사한데, 더욱 은혜로운 일은 먼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도 당신 부활에로 초대하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은혜로운 축복의 밤이 바로 오늘 이 부활성야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성대하게 주님의 부활을 경축하는 것입니다.
저희아이들 중에 한 친구가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 모습을 저는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눈빛이 참으로 불안했습니다. 그리고 한 몇 일은 계속 틈만 나면 "어디 몰래 튈 수 있는 좋은 개구멍 없나?"하고 살피는 눈치였습니다. 또 머리는 따라주는 것 같은데 공부는 죽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세 달이 지나고 네 달, 다섯 달이 지나면서 이제 한다는 말이 "신부님 저 재계약하고 싶은데 재계약하면 뭐 사주실래요?"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그 아이의 삶 안에서 활동하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봅니다.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우리 각자 안에 살아 숨쉬시면서 우리를 하느님 아버지께로 인도하고 계십니다.
이 은혜로운 밤, 부활성야에 "오늘의 묵상" 가족 여러분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 뿐 만 아니라 매일 죽음과 죄악과 이기심을 떨치고 예수님과 함께 거듭 부활하는 승리의 나날 엮어 가시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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