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 부활 팔일축제 내 목요일-루가복음 24장 35-48절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다."

<가을동화>

매주 수요일 저녁은 우리 아이들의 특별활동시간입니다. 이 시간에 아이들은 각자가 선택한 특별활동장소로 가서 마음껏 스트레스를 풀곤 합니다. 농구코트에서 3점슛 연습에 몰두해 있는 아이, 당구대 앞에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럴싸한 폼을 잡고 있는 아이, 자원봉사자 선생님이 반주하는 오르간 주변에 옹기종기 둘러서서 열심히 노래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을 둘러본다는 것은 참으로 큰 기쁨입니다.

기타반에 들렀을 때의 일입니다. 잡기 꽤나 어려운 하이코드까지 잡아가며 신곡을 배우느라 안간힘을 쓰던 한 아이가 지나가던 제게 말했습니다. "신부님! 잠깐만 기다리세요. 가을동화보셨어요? 제가 가을동화 삽입곡 한 곡 서비스 해 드릴테니 앉으세요."

그 순간 저는 너무도 깜짝 놀랐고 또 한편으로 감격했습니다. 그 아이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왠지 자신감이 부족해서 늘 쭈볏쭈볏하고 주변을 맴돌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제게 먼저 말을 걸어왔고, 또 그간 자신이 갈고 닦은 실력을 제게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너무나 감격했던 저는 연주를 끝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정말 잘 했다. 이건 완전히 인간승리다."하고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강렬하게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합니다. 아이들 안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하시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자취를 자주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너무 기쁜 나머지 이렇게 변화되는 아이들의 모습, 또 아이들 안에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주 소개해 드립니다. 우리의 성공 사례담을 자랑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이들은 바로 변장하고 다가오시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이라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그것을 전해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오늘 복음 마지막 부분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향해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참된 증인이란 어떤 사람을 말합니까? 참된 증인이란 무엇보다도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보고들은 것들에 대해 사실대로 솔직히 증언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증언한 부분에 대해 목숨까지도 거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을 선택한 우리 역시 그분의 증인입니다. 그분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셔서 영원히 사셨음을 증언하는 증인입니다. 더불어 이제 우리도 그분의 부활로 말미암아 영원히 살리라는 확신을 가진 증인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 마음 안에만 고이 간직해야할 대상이 절대 아닙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끊임없이 선포되어야할 진리입니다.

제자들은 거듭된 실수와 배신, 회개, 예수님과의 재회등, 오랜 과정을 통해 서서히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인으로 변화되어갔습니다. 그런 과정을 겪어낸 제자들은 뭔가 달라집니다. 혹독한 박해와 죽음 앞에서도 이제 결코 두렵지 않습니다. 오로지 예수님 부활 사건의 증인으로써의 사명에만 목숨을 거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한 강한 체험, 거기서부터 제자들은 결정적으로 변화되기 시작합니다. 강력한 부활 예수님에 대한 체험을 통해 제자들은 자기중심적인 삶에서 벗어나 예수님 중심의 삶으로 결정적인 변화를 하게 됩니다. 이제 그들은 예수님이란 분이 어떤 분이신지 너무도 확실히 깨달았기 때문에, 이제 세상의 다른 모든 가치 있어 보였던 것들이 그 빛을 잃게 됩니다. 이제 모든 비본질적이거나 부차적인 것들은 그들 삶의 선택 대상에서 제외되고, 오직 예수님 그분만이 그들 생애에 의미가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