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짙은 안개를 헤치고 직진만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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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2-04-07 | 조회수1,976 | 추천수21 | 반대(0) 신고 |
4월 8일 월요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루가복음 1장 26-38절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짙은 안개를 헤치고 직진만을>
지금부터 꼭 3년 전의 일입니다. 그때 저는 부활방학을 맞아 1주일 가량 돈보스코 성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순례피정을 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돈보스코가 한때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머물렀던 "피안타"라는 카페(끼에리라는 소도시에 현재도 당시 구조가 그대로 남아있음)에 들렀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지도교수님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돈보스코에게 따로 침실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교수님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과 빵을 굽는 화덕 사이 낮은 포복을 해야 겨우 비집고 들어 갈만한 공간을 가리키며 그곳이 돈보스코의 잠자리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공간은 아무리 작은 사람이라도 제대로 발뻗고 누울 수 없을 정도로 좁았습니다.
돈보스코 성인은 그 유명한 "8살 때의 꿈"-성모님께서 나타나셔서 "요한아, 너는 사나운 늑대들을 순한 양으로 바뀌게 하는 착한 목자가 될 것이다"-을 굳게 믿고 사제가 되기를 간절히 열망했지만, 어머니는 돈보스코를 신학교에 보낼 돈이 없었습니다.
돈보스코는 갖은 암초를 피해가면서 갖은 곤경을 헤쳐나가면서 매일 매일 기약 없는 성소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사제가 된 후에도 돈보스코는 자신이 구상했던 갈곳 없이 길거리를 떠도는 청소년들을 위한 사업-오라토리오-을 시작했었는데, 오라토리오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자리잡지 못하고 떠돌 때 받았던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돈보스코의 오라토리오 상황은 참으로 심각했습니다. 수 백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돈보스코를 따라 떠돌자, 피해의식에 사로잡혔던 주민들은 시 당국에 고발을 하게되고 이에 따라 진상조사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의 중상모략으로 인해 폐쇄조치할 것을 여러 번 통보 받습니다. 몇몇 사제들은 돈보스코를 허황된 꿈을 꾸고 있는 정신병자로 단정하고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려고 까지 했습니다. 아이들의 숫자는 점차 불어나는데 비해 돌아가는 상황은 너무나도 암담했습니다.
돈보스코는 당시의 어려움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나를 멀리했다. 나를 도와주던 이들마저도 나를 400명이나 되는 아이들 가운데 홀로 내버려두었다."
또 다른 순간 돈보스코는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모두가 떠나간 그날 저녁, 나는 뛰놀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나는 혼자였고 기진맥진해 있었으며 건강도 악화되었다. 나는 혼자 거닐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는 부르짖었다. <주님! 어떻게 해야 되는지 말씀해 주소서!>."
이처럼 돈보스코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불안정한 오라토리오 생활, 주변 사람들의 비협조와 몰이해 앞에 숱한 고통을 겪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보스코는 하느님과 성모님께서 자신의 성소여정 안에 함께 하시고 또 비록 지금은 상황이 암울하고 답답하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뜻이 자신 안에 반드시 이루어질 것임을 굳게 믿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돈보스코의 삶과 성소여정은 오늘 축일을 맞으시는 성모님의 그것과 너무도 흡사합니다. 짙은 안개 속을 헤치고 기약 없는 "예"와 하느님을 향한 물러섬 없는 "직진"만을 계속했던 분이 성모님이셨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모든 일들을 명확하게 예상할 수 있을 때 누구나 쉽게 "예"하고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낙관적일 때 누군들 "예"하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펼쳐질 모든 상황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투명한 상황 앞에서도 하느님의 언약을 굳게 믿으며, 그분의 섭리와 손길에 자신의 미래를 맡기고 끊임없이 "예"를 반복했던 성모님, 그리고 돈보스코였기에 그들의 신앙이 돋보이는 것입니다.
참된 신앙은 모든 조건이 안정된 상황에서, 또는 계획했던 일들이 잘 풀려나갈 때가 아니라, 걷잡을 수 없이 계속되는 시련 앞에서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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