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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을 하나 가슴에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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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4-11 조회수2,686 추천수32 반대(0) 신고

4월 12일 금요일 부활 제 2주간 금요일-요한 복음 6장 1-15절

 

그 때 예수께서는 손에 빵을 드시고 감사의 기도를 올리신 다음, 거기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달라는 대로 나누어주시고 다시 물고기도 그와 같이 하여 나누어 주셨다. 사람들이 모두 배불리 먹고 난 뒤에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조금도 버리지 말고 남은 조각을 다 모아들여라."하고 이르셨다.

 

 

<칼을 하나 가슴에 품고>

 

오늘도 주님께서는 성찬의 전례를 통해서 당신 사랑의 기적, 빵의 기적을 계속하십니다. 미사가 우리에게 의미나 교훈은 그 수효를 일일이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희생, 사랑, 나눔, 영원한 생명, 희망, 축제...등등.

 

그런데 미사가 지닌 여러 가지 의미 중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의미가 한가지 있습니다. 바로 용서입니다.

 

한 형제의 삶을 통해 신앙 생활 안에서 용서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리고 진정한 용서는 늘 신앙 안에서, 미사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난 몇 년간 저는 50년 이상 사용해왔던 제 이름 석자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높은 담장 안에서의 하루하루 생활은 죽음 그 자체였습니다.

 

더욱 저를 괴롭혔던 것은 친구중의 친구, 목숨마저 바꿔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저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명예퇴직, 방황, 창업모색, 오랜 친구와의 의기투합, 동업 시작, 자금부족으로 인한 은행대출, 보증, 친구의 잠적, 신용불량자, 구속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제 가정은 완전히 산산조각 나버렸고 제 몸은 완전히 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배신감, 치욕,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소화불량, 고혈압을 동반한 화병으로 숱한 나날을 극도의 고통 속에 보냈습니다. 아무리 <용서하자! 잊어버리자!>고 숱하게 다짐해도 가슴깊이 맺힌 응어리는 풀리지가 않았습니다.

 

그곳을 나온 후에도 뼛속까지 맺힌 한이 풀리지 않아 미친놈처럼 마구 전국산천을 떠돌아 다녔습니다. 한때 너무도 원통해서 칼을 하나 가슴에 품고 그 친구의 행방을 수소문하며 떠돌기도 했었습니다.

 

결국 저를 다시 서게 한 것은 미사였습니다. 비틀거리며 거리를 헤매 다니던 어느 날, 제 앞을 가로막아선 소박한 건물은 한 아담한 성당이었습니다. 마침 성찬의 전례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늘 기억은 하고 있었지만 너무도 낯설게 느껴지던 제 본명이며, 느티나무와 잘 어울리던 옛 시골성당의 전경이 떠올랐습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바칠 내 몸이니라!> 신부님이 외우시던 미사 경문은 제 뼛속까지 파고들었습니다.

 

죽음의 길을 가면서도, 십자가 위에서도, 제자들의 그 숱한 배신에도 불구하고 용서에 용서를 거듭하신 예수님의 생애가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제야 저는 예수님은 용서의 주님임을 깨달았습니다. 그 미사는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저를 위해 바쳐진 은총의 제사였습니다."

 

용서의 비결은 성체성사에 있습니다.

화해의 비결은 성체성사 안에 담겨져 있습니다.

영원한 생명의 비결은 성체성사입니다.

매일의 미사야말로 기적입니다.

용서야말로 기적 중에 기적입니다.

 

성체성사의 주님은 언제나 우리를 향해 끊임없이 외치고 계십니다. "이제 그만 용서하거라! 이제 그만 모든 것 내려놓거라! 이제 그만 떨쳐버려라! 이제 내 안에서 편히 쉬거라!"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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