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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태범 | 작성일2002-04-26 | 조회수1,928 | 추천수15 | 반대(0) 신고 |
부활 제4주간 금요일 (2002-04-26) - 야곱의 우물에서 독서 : 사도 13,26-33 복음 : 요한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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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걱정하지 말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 집에는 있을 곳이 많다.
그리고 나는 너희가 있을 곳을 마련하러 간다. 만일 거기에 있을 곳이 없다면 내가 이렇게 말하겠느냐? 가서 너희가 있을 곳을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같이 있게 하겠다.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
그러자 토마스가 “주님, 저희는 주님이 어디로 가시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겠습니까?”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요한 14,1-6)
아버지 집에 있을 곳이 많은들 내가 가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이들이 놀 때 ‘이건 내 거!’ 하고 외치곤 한다. 자기 것이라고 찜해 놓는 거다. 아이스크림 먹을 때 누가 달랄까 봐 침을 잔뜩 발라놓는다.
땅 따먹기를 할 때도 ‘퉤퉤퉤, 이건 내 땅’ 한다. 동물들도 소변이나 배설물로 자기의 영역을 표시한다. 하느님 나라에 침 발라놓는 것은 어떨까? ‘하느님 나라는 내 거야’ 하고 찜해 놓는 거. 너무너무 좋은 일 아닌가!
요즘 예약이 일반화되어 있다. 미리 열차표도 끊어놓고, 극장 예매도 하고, 식당 예약도 한다. 예약하지 않고 바로 가서는 기차도 비행기도 타기 어렵다.
하느님 나라는 어떨까? 준비도 하지 않고 갔다가는 어찌 될까? 그곳이 어떤 곳인데, 맘 내키는 대로 갈 수도 없겠지만 미리미리 예약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어림없다.
하느님 나라 예약은 무엇으로 하는 걸까? 어떻게 하는 걸까? 세상에서 예약은 자기가 시간과 날짜를 정하지만 하느님 나라 예약은 그날과 그 시간을 정할 수도 알 수도 없다.
“사람의 아들도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올 것이니 항상 준비하고 있어라”고 하셨다. ‘항상 준비하고 있는 것’이 최선이다. 항상 준비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아침에 눈을 뜨며 새로운 하루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그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의 삶을 함부로 살지 않고, ‘혹시 이것이 하느님의 뜻이 아닐까?’
궁리하며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살아가는 정갈한 마음가짐. 하느님께 공덕을 드리려는 마음보다는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을 더 기뻐하실 것 같다.
허우영 신부(광주대교구 선교사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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