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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이란: 고해성사와 교회법

60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6-10

[교회법이란] 고해성사와 교회법 (1)

 

 

Q 공동 참회예절로 일괄 사죄를 받을 수 있나요?

 

A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익숙하지 않은 전례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비대면 미사와 공동 참회, 일괄 사죄가 대표적인데 이런 형식의 전례는 특별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전례 형태입니다. 일상의 생활을 되찾은 지금에는 합당하지 않습니다. 

 

고해성사의 정상적인 방식은 유일하게 ‘자기의 중죄를 자각하는 신자가 개별적인 온전한 고백을 하고 사죄를 받는 것’으로 하느님과 교회와 화해를 이루는 것입니다. 따라서 개별 고백과 개별 사죄만이 유일한 정상적인 방식이므로 다른 방식은 특별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방식입니다. 특별한 상황이란 오직 물리적 또는 윤리적으로 개별적인 고백이 불가능할 때이며, 이때는 개별 고백을 면제하고 다른 방식으로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교회법 960조 참조).

 

물리적, 윤리적으로 개별 고백이 불가능한 때는 “죽을 위험이 임박하고 한 사제나 여러 사제들이 각 참회자들의 고백을 들을 시간 여유가 없을 때,”(교회법 961조 1항) 또는 “참회자들이 자기들의 탓 없이 고해성사의 은총이나 영성체를 오랫동안 못 하게 될 때,”(교회법 961조 2항)입니다. 이런 특별한 상황은 좁은 의미로 해석되며 참회자를 배려하는 상황에서 넓은 의미로 해석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큰 축제나 순례 때 참회자들이 많다는 이유만으로는 고해 사제들이 부족하더라도 특별한 상황으로 간주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이런 특별한 상황임을 판단하는 것은 교구장 주교님의 권한입니다. 교구장 주교님께서 주교회의의 다른 구성원들과 합의한 기준으로 개별 고백 없이 일괄 사죄를 할 필요성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교회법 961조 2항 2호 참조). 따라서 본당 주임 신부님의 단독적인 결정으로는 일괄 사죄를 할 수는 없고, 교구장 주교님의 허락이 반드시 필요합니다(마산교구 사무 2021-59 공문 참조).

 

코로나19 상황과 같이 특별한 상황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베푸는 일괄 사죄를 유효하게 받기 위해서는, 합당한 준비뿐 아니라 개별적으로 고백할 수 없는 중죄를 적절한 때에 개별적으로 고백하겠다는 결심을 해야 합니다(교회법 962조 2항 참조). 그리고 또다시 일괄 사죄를 받기 전에 되도록 빨리 기회가 있는 대로 개별 고백을 해야 합니다(교회법 963조 참조).

 

그러므로 질문에 대한 대답의 결론은 교구장 주교님께서 허락하신 특별한 상황에서는 일괄 사죄가 가능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개별 고백을 할 수 있을 때 다시금 개별 고백을 통한 개별 사죄를 받아야 하며,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경우에는 개별 고백 없이 일괄 사죄를 받을 수 없습니다. [2024년 6월 9일(나해) 연중 제10주일 가톨릭마산 8면, 최진우 아드리아노 신부(명례성지)]

 

 

[교회법이란] 고해성사와 교회법 (2)

 

 

Q 고해성사 후에 보속을 하지 않고 성체를 모실 수 있나요?

 

A 우리는 교리시간에 고해성사의 방법으로 다섯 단계를 배웁니다.

 

1. 구체적으로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아내는 성찰.

2. 죄로 인하여 상처받은 자신과 이웃을 생각하며 진심으로 뉘우치는 통회.

3. 뉘우친 잘못을 다시 행하지 않겠다는 결심.

4. 통회하고 결심한 잘못을 숨김없이 사제 앞에서 하느님께 고백.

5. 고백을 들은 사제가 부과하는 기도와 선행을 실천하는 보속.

 

그리고 성찰부터 보속까지 이행해야 비로소 고해성사가 완결된다고 배웠습니다. 그렇다고 고해성사가 완결되어야만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죄의 용서는 참회자의 고백과 고해사제의 사죄경으로 완성됩니다(『고해성사 예식서』, 11항 참조). 즉, 아직 보속을 이행하지 않았더라도 참회자의 진심 어린 고백과 고해사제의 사죄경으로 이미 죄는 용서받았습니다. 따라서 고해성사 후에 보속을 이행하지 않았더라도 성체를 모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보속을 소홀히 한다거나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보속은 빠른 시일 내에 참회자 본인이 몸소 이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교회법 제981조) ‘용서’를 통해 죄는 사라지지만 죄의 결과로 생긴 모든 폐해들까지 회복되는 것은 아니므로 죄를 통해 이웃에게 해를 끼친 것을 회복하기 위한 일들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훔친 물건을 되돌려 주는 일, 모함당한 사람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 손해를 배상하는 일 등을 실천하면서 적절한 방법으로 죄를 ‘보상’하거나 ‘속죄’하는 갚음이 ‘보속’補贖이기 때문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459항 참조).

 

그러면 보속이 너무 무겁다거나 참회자가 실행하기 어려운 보속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대한 보속을 실천하려고 노력했지만 보속을 다하지 못했을 때에는 다음 고해성사 때에 고해사제에게 사정을 이야기해서 보속을 바꾼다거나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다른 보속들을 정해서 진심을 다해 실천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교회법에서 “고해사제는 참회자의 여건을 유의하여 죄의 질과 양에 따라 유익하고 정당한 보속을 부과하여야 한다.”(교회법 제981조)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고해사제는 보속을 정해 줄 때 그 사람의 개인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영적인 이익을 도모해야 합니다.

 

우리도 보속을 죄에 대한 벌로만 생각하지 마시고 하느님께 죄를 용서받은 감사와 보상의 표지로 삼아 기쁜 마음으로 실천하면서 그리스도를 닮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신자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악행의 고백은 선행의 시작입니다. 그대는 진리를 행하고 빛을 향해 가는 것입니다.” - 성 아우구스티노의 「요한 복음서 강해」 중 - [2024년 7월 21일(나해) 연중 제16주일(농민 주일) 가톨릭마산 3면, 최진우 아드리아노 신부(명례성지)]

 

 

[교회법이란] 고해성사와 교회법 (3)

 

 

Q 고해성사는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할 수 있나요?

 

A 교회법에서는 “성사적 고백을 듣는 본래의 장소는 성당이나 경당이다.”(교회법 제964조 1항)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어느 성당에 가든지 고해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고해소에 관한 규범은 주교회의에서 정하지만 참회자와 고해 사제 사이에 고정된 칸막이가 비치된 고해소를 개방된 장소에 설치해야 하며 신자들이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야 합니다. 고해성사는 성사적 행위이므로 거룩한 장소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고해성사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익명성이 유지된 곳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고해소 밖에서는 고백을 듣지 말아야 합니다.”(교회법 제964조 3항)

 

하지만 고해소 밖에서도 고해를 할 수 있는 정당한 경우는 병원에서 환자를 만날 때, 가정에서 봉성체를 할 때, 여름신앙학교나 야외행사 때, 여행 중이나 순례 중에 고해성사를 할 때처럼 여러 가지 사목적인 이유로 고해성사가 필요할 때입니다. 이때에는 고해성사의 비밀이 지켜질 수 있는 조건에서 고해소 밖에서도 고해성사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Q 고해성사는 언제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나요?

 

A 교회법에서는 “임무상 사목이 위탁된 모든 이들은 자기들에게 맡겨진 신자들이 합리적으로 청할 때에는 그들의 고백을 들어야 하고, 또한 그들에게 편리하게 정하여진 날들과 시간에 개별고백을 할 기회가 그들에게 제공되도록 배려할 의무가 있다.”(교회법 제986조 1항)라고 말합니다. 즉, 본당 사제는 신자들이 편하게 고해성사를 할 수 있도록 날짜와 시간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대부분의 본당에서는 미사 전에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할 수 있도록 고해 시간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정해진 시간인 미사 전에만 고해성사를 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고해성사는 신 자들의 의무이자 권리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교회의 영적 선익에서 특히 하느님의 말씀과 성사들에서 거룩한 목자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교회법 제213조)라고 말합니다. 즉, 고해성사를 청하는 것은 사제에게 어렵게 부탁하는 일이 아니라 나의 영적인 선익을 위해 신자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입니다. 그래서 서로의 시간과 상황을 배려해서 신자들이 합리적으로 청하는 고해성사는 사제가 들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처럼 고해성사는 신자들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자들을 위한 혜택이자 권리입니다. 그래서 고해성사를 어렵고, 부담스럽게 여기며 뒤로 미루지 마시고 언제, 어디서든지 합당한 준비가 되면 받을 수 있는 하느님의 귀한 선물로 여기며 참된 성사의 은총을 기쁘게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2024년 8월 11일(나해) 연중 제19주일 가톨릭마산 8면, 최진우 아드리아노 신부(명례성지)]

 

 

[교회법이란] 고해성사와 교회법 (4)

 

 

Q 대사(大赦, Indulgentia)는 무엇인가요?

 

A 우리는 자신이 지은 죄를 뉘우치게 되면 고해성사를 봅니다. 고해성사를 통해서 우리의 죄는 용서 받지만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벌은 남아 있어서 어떤 방식으로든 기워 갚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를 사제가 주는 보속으로 대신하지만 이 벌을 다 기워 갚지 못한 신자들, 살아 있는 신자들뿐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영혼을 위해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받은 맺고 푸는 권한으로 잠벌을 면해주는 제도가 대사(大赦)입니다.

 

교회법에서 “대사는 죄과에 대하여는 이미 용서받은 죄에 따른 잠시적 벌에 대한 하느님 앞에서의 사면이다.”(교회법 제992조) 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고해성사에 대한 보충 장치로서 이미 고해성사를 통하여 죄를 용서 받은 사람이 자신의 영혼에 남아있는 잠시적인 벌을 사면 받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사는 하느님 앞에서 잠벌을 사면 받는 것이지, 죄에 대해서 용서 받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가벼운 죄라 할지라도 사죄를 받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 뉘우치는 행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사를 ‘면죄부’라고 부르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사는 하느님 앞에서 내가 받을 벌에 대한 사면이지, 교회가 부여한 형벌에 대한 사면은 아닙니다. 즉, 대사를 받는 것으로 교회가 부여한 형벌이나 파문의 제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고해성사와 함께해온 대사 교리의 역사는, 잠벌을 사해주는 사면의 관습과, 보속을 완수하지 못한 채 죽은 형제들의 구원을 위해 살아있는 신자들이 대속하도록 허락해 주는 관습들이 발전하면서 정립되었습니다. 이는 지상과 연옥과 천국에 있는 교회 구성원 사이의 영적인 교류인 ‘성인 통공’ 교리를 확인하고 신앙심에서 우러나오는 선행이 실천되는 아름다운 교리이자 교회의 선물입니다.

 

하지만 대사에 대한 오해와 대사 획득의 조건으로 현금 봉헌을 남용하게 되면서 교회가 분열되는 가슴 아픈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사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대사를 받기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선행으로 교회의 선물을 잘 받아 누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대사의 종류와 대사를 받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그러므로 서로 죄를 고백하고 서로 남을 위하여 기도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병이 낫게 될 것입니다. 의인의 간절한 기도는 큰 힘을 냅니다.”(야고 5,16) [2024년 9월 8일(나해) 연중 제23주일 가톨릭마산 8면, 최진우 아드리아노 신부(명례성지)]

 

 

[교회법이란] 고해성사와 교회법 (5)

 

 

Q 대사(大赦)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사는 보통 전대사(全大赦)와 부분 대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대사란 죄에 따른 잠시적 벌을 전부 없애주는 것이고, 부분 대사란 그 벌의 일부분을 없애 주는 것을 말합니다. “어느 신자든지 부분 대사거나 전대사거나 자기 자신을 위해서 얻을 수 있고 또는 죽은 이들을 위해서도 대리 기도의 방식으로 대사를 얻어줄 수도 있습니다.”(교회법 제994조)

 

즉, 세례를 받은 신자라면 자기 자신을 위해서 대사를 얻을 수 있고, 죽은 이들을 위해서도 대사를 얻어 줄 수 있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서는 대사를 얻어 줄 수 없는데, 교회는 산 사람은 자신의 행위로 대사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하고, 참회하는 마음을 가져야하기 때문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분 대사는 부분 대사를 수여할 권한을 가진 주교님, 추기경님들의 명시적인 수여 조건들을 대사를 받겠다는 의지와 함께 합당한 방식으로 수행해야 받을 수 있고, 상시적으로는 축복받은 성물(십자고상, 묵주, 스카폴라, 성패 등)을 경건하게 사용할 경우 부분 대사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부분 대사는 하루에도 여러 번 받을 수 있습니다.

 

전대사는 교황님의 권한으로, 혹은 주교회의의 요청으로 교황청 내사원의 승인을 얻어 수여 될 수 있습니다. 전대사는 전대사를 받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정해진 기간에 일반조건(고해성사, 영성체, 교황님의 지향에 따른 기도)을 이행하고, 교회가 수여하는 대사의 취지에 따라 정해진 다른 선행을 합당한 방식으로 이행할 때 얻을 수 있습니다. 전대사는 하루에 한 번만 받을 수 있습니다.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기간 동안 한 번의 고해성사로 여러 번의 전대사를 받을 수 있지만, 한 번의 영성체와 한 번의 교황의 뜻에 따른 기도는 한 번의 전대사만 받습니다. 예를 들어 위령성월이 시작하는 11월 1일부터 8일까지 연옥 영혼들을 위해 양도할 수 있는 전대사를 교회가 시행하고 있는데, 이 기간 동안 8번의 전대사를 받기 위해서 고해성사는 한 번만 해도 되지만 8일 동안 영성체와 교황의 뜻에 따른 기도를 매일 이행해야 8번의 전대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대사는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깨닫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통하여 베풀어 주시는 은총이 풍요롭다는 것을 보여주는 교리이며,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연옥 영혼을 위해 대리 기도로 대사를 얻어 줄 수 있는 것은 성인들의 통공으로 신비롭게 결합되어 있는 하느님 백성 사이에서 친교를 잘 드러내 주고 사랑을 실천하게 하는 교회의 좋은 영적 재산입니다. [2024년 10월 13일(나해) 연중 제28주일(군인 주일) 가톨릭마산 8면, 최진우 아드리아노 신부(명례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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