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법] 신자들은 혼인을 어디서 해야 하나?

혼인을 앞둔 이들이 혼인을 어디에서 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이들에게 혼인(결혼)은 부부가 되어 가정을 이루는 더없이 귀한 첫 자리이고, 인생의 또 다른 새 출발이며, 양가가 한집안이 되는 중대한 순간입니다. 그러한 자리이기에, 잘하고 싶고, 많은 축하를 받고 싶고, 더 기쁘고 행복한 자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클 것입니다. 이에 우리 교회에서는 혼인을 ‘혼인성사’로써 성대하고 장엄하며 거룩하게 거행하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혼인은 축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혼인식을 ‘혼인축복예식’이라고도 합니다. 혼인의 당사자인 두 사람은 주례자인 성직자(주교, 사제, 부제)의 도움을 받아 공적으로 혼인 합의를 선언하고, 앞날의 행복을 위해 주례자의 공적인 축복으로 성사적 잔치를 거행합니다.

‘축복’(祝福)은 ‘복을 빌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축’(祝)자는 ‘하느님께 빌다.’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므로 ‘혼인축복예식’은 혼인 생활의 복을 하느님께 빌어주는 예식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혼인 축복을 위해 가장 적합한 장소가 어디일까요? 당연히 ‘성당’입니다. 하느님의 성전에서 하느님의 사람들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사제의 주례로 혼인식이 이루어지는 자리. 상상만 해도 얼마나 멋진 자리입니까? 그곳이 바로 성당입니다. 혼인 당사자는 혼인을 축복해 주는 사람을 하느님의 성전으로, 하느님의 말씀으로,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하느님의 사제의 장엄 강복으로 초대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성당이 가장 좋을까요? 그것은 축복을 잘 해주고 많이 해줄 수 있는 곳이겠지요? 혼인할 사람과 가족들을 가장 잘 알고 친하게 지낸 곳, 즉 현재 다니고 있는 본당(본당 사목구인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법 제1118조에서도 “가톨릭 신자들 사이의 혼인이나 또는 가톨릭 신자와 비가톨릭 영세자 사이의 혼인은 본당 사목구의 성당에서 거행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당 신부님의 허가를 받아 다른 성당이나 경당에서도 혼인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래도 교회법은 본당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중요한 혼인축복예식을 성직자 없이 사회자의 진행만으로 하는 것을 교회법에서는 용납하지 않습니다. 사제의 주례 없이 성당이 아닌 곳에서 혼인하게 되면, 형식 결여로 교회법적으로는 무효(無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러한 교회법적인 혼인형식에 대해 잘 몰라서 세상의 방식대로 혼인하려고 했던 분들이 계셨다면, 빨리 본당 신부님과 면담하시고 한없이 축복스러운 혼인을 본당에서 거행하기를 바랍니다.

[2024년 12월 22일(다해) 대림 제4주일 수원주보 4면, 최인각 바오로 신부(교구 제1심 법원 재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