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르간과 성가의 밤 참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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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정 | 작성일2000-07-06 | 조회수2,756 | 추천수14 | |
오르간과 성가의 밤 연주회 참관기
2000년 7월 5일(수) 저녁 8시 서울 목5동 성당에서는 평범한 듯한 "오르간과 성가의 밤" 이라는 연주회가 열렸다. 한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열대야 현상으로 후덥지근한 바깥 날씨였지만 이 연주에 참석한 사람들은 마치 천국에서 천사들의 음악회에 다녀온 기분이라고 한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빼어난 건축미에다가 공명이 잘되는 아름다운 성전에서,게다가 시원-한 냉방장치의 덕을 보며 인간의 영혼을 감동시키고 주님을 최고의 노래솜씨와 (파이프)오르간으로 찬미하는 이 밤은 교회음악가들이 왜 그레고리오 성가와 무반주 다성음악을 전례음악의 최고 음악으로 간주하며 왜 오르간을 공식 악기로 지정했는지를 보여준 밤이였다.
프로그램을 보니 여늬 성당의 발표회나 비슷한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잘- 읽어 보면 어떻게 이런 연주회를 단기간에 계획하고 이렇게 성대하게 치렀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
우선 스무명의 합창단은 목5동 성가대가 아니고 목5동, 잠원동, 고척동 3개 성당에서 급조한 다국적 연합군이고 오르가니스트는 잠원동 성당과 성남 분당요한 성당의 반주자로서 신심깊은 임진경 카타리나이다.
합창지휘는 차세대 가톨릭 교회음악가로 촉망되는 이호중 라파엘이다. 목5동 성당은 단순히 성전과 값 비싼 오르간을 빌려준것에 그치지않고 방송국 전문가 빰치는 청년들의 기술력으로 2층에서 오르간 연주하는 모습을 1층 대형 스크린에 전송하여 연주자의 손모습은 물론, 발놀림(페달연주)와 건반의 음직임까지 적시에 클로즈 업 시켜 관중에게 보여주는 봉사를 유감없이 했다. 이러한 시도는 일찌기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
서론이 길어졌습니다. 본론에 들어가겠습니다.
저녁 8시 정각에 보좌 신부님의 기도로 시작하고 목소리 또한 성우같은 윤명진 데레사의 해설이 있은 후 연주가 시작 되었다.
돌부처 같은 인상의 지휘자와 아홉명의 남성이 수사 복장을 하고 입장.
제 1부 그레고리오 성가와 오르간
오르간 음악의 원조 북스테후드의 마니피캇(성모님의 찬미가)로 노래 한 구절이 끝나면 오르간이 대송을 하듯 받고 또 노래 한 구절을 부르면 오르간이 받아 연주하고......이렇게 오르간 미사곡 처럼, 일곱 번 반복하고 끝난다.
필자는 이제까지 많은 그레고리오 성가 연주를 보고, 듣고, 불러도 보았다. 그러나 거의 모두 흉내를 낸것에 불과했으나 오늘 이 아홉명의 단원은 진짜 그레고리오 성가를 연주했다. 더 이상 표현이 무의미할 것 같다.
연주시간 20 여분 동안 나는 솜사탕같은 구름위에 누워있는 신선같은 느낌이었다.
긴장과 이완이 조화롭고 종지부에서 잦아드는 절제된 소리와 잔향.....향기가 나오는 듯하다. 오르간 독주는 잘 모르지만 두 발로만 연주하는 부분이 중계되었다.당연히 저음인데 유리창이 흔들릴 정도로 큰 소리지만 시끄럽지 않은 ....파이프 오르간의 소리가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4중 푸가 (두손과 두 발 모두사용)도 눈으로 보며 들으니 과거에 듣기만 하뎐것과 느낌이 다른게 저려온다.
제 2부 코랄과 오르간
독일 회중찬송을 아 까팰라로 연주하고 오르간이 간주를 한다. 혼성 4부의 화음이 마치 현란한 현악 4중주를 연상케 한다. 우리말로 번역한 곡이라 이해도 쉽다. 소프라노 5명, 앨토 5명, 테너 4명, 베이스 5명....이러니 환상적인 구성이다.
아마추어는 아름답다. 많지 않은 숫자지만 저력이 있는 단원들이라 단 시간에 조율을 잘 마췄다.튀어 나오는 소리가 없고 새벽 샘물처럼 깨끗한 발성이다. 특히 고음을 약하고 곱게 잘 처리한 테너들은 안아주고 싶다. 베이스는 낮은 미 음까지 스자폰 처럼 지속음을 뿜어 냈다.
제 3부 성체찬미가와 오르간
귀에 익숙한 버어드와 엘가의 아베베룸 두 곡과 유명한 체사 프랑크의 빠니스 안젤리꾸스 및 바르토루치 (현존하는 이태리 교황성 성음악 대학 교수신부...)의 성체 찬미가를 연주.....
훌륭하다는 말 밖에 뭐랄 수 없는 연주이다. 빠니스 안젤리꾸스의 전 반 독창은 소프라노 이보나 가 불렀다. 음색이 타고난 성가 체질이다. 목5동 성가대 지휘자라고 한다. 마치 성가는 이렇게 부르는 법이다..라고 시범을 보이는 것 같아 주눅이 든다.
다만 합창에서 남성과 여성이 Miserere 를 대위법으로 여러번 교창하는데 웬일인지 여성은 미제레레 라고 하고 남성은 미세레레 라고 발음하여 갸우뚱 해진다. 독일과 불란서 사람은 미제레레 비슷하게, 이태리 사람은 미세레레 가깝게 발음하는데 통일 했으면 좋았겠다. 여성 독창도 끝 무렵 pauper, pauper 에서 마지막 음이 갈라졌다.
제 4부 오르간 독주
메시앙의 영성체 후 기도와 리스트의 B.A.C.H 주제에 의한 전주곡과 푸가가 20 여분간 연주 되었다. 앞에 스크린이 없었다면 청중들 대부분이 잘 알지도 못하는 곡을 듣느라고 지루할 뻔 했다.
영성체 후 기도 음악은 잔잔하고 평온을 느끼는 곡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두 옥타브쯤 높은 음역에서 연주되고 저음에서는 불협화 음도 나온다. 우리가 금기시하는 비브라토도 있고... 이해가 잘 안되는 것은 아직 오르간 음악에 무지한 내 탓인가 보다.
맺으며....
오르간을 합창의 반주 기능으로만 이해했던 잘 못된 선입감을 바로 잡았다. 오르간은 성가대와 동등한 1:1의 독립적인 연주 기능이 있다.물론 합창의 보조 기능을 할 때도 있다. 사람과 기계가 궁합이 맞는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오늘 관객은 약 사백명 정도 되었다. 적은 숫자가 아니며 특히 관객 중에 전례음악에 관한 한 수준급의 고수들이 대거 참석하여 관객의 수준을 높였다.
연주회 후의 모임은 자축 분위기+평가 모임 성격이 있었다.
오늘의 성공적 연주에 자만하지 말고 조금 더 다듬어서 해외 순회연주라도 할 각오를 하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자정을 넘기고 먼저 나오며 나는 독백을 했다.
(음악이 좋으면 뭘해...다 ..소용 없는 일이야....연주 따로....미사 전례 따로 인 현실인데........)
좋은 연주를 해 주신 연합성가대 여러분, 지휘자 이호중님, 오르가니스트 임진경님, 그리고 목5동 신부님과 청년 여러분 감사합니다.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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