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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적을 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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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남진 쪽지 캡슐 작성일2001-11-04 조회수672 추천수5 반대(0) 신고

 어제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정의평화대토론회가  열렸다.

이 행사를 맡아 진행한 사람은 서울평협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있는  윤학 변호사이다.

나는 그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좀 특별 난 사람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귀빠진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전라남도 흑산도,  섬 출신이다. 흑산도에서 국민학교를 다니고 광주로 유학을 나와 중,고등학교를 그곳에서 다녔다.  그는 어려서부터  읽는것을 즐겨서 활자화된 모든 것은 왕성한 식욕으로 다 읽어 소화해버렸다.  그러나 섬에는 근사한 도서관도, 아동용 도서도 없었다. 읽을것에 목말라 하며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낸   섬 아이는 어느날 친척 아저씨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제일 들어가기  힘든 학교가 서울에 한곳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꿈을 키웠다. 그 학교에 한번 들어 가 보자고...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통과하기  힘든 시험이 사법시험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소위 ’고시’라는 것을 거쳐 변호사가 되었다.   

그런데 그는  아주 엉뚱하다.

 요즘 전화 한 통화로 수임료 1억원을 받았다고  하는 변호사가 있는데, 미국 하바드 로스쿨까지 마친 그는 돈 버는데는  통 관심이 없는것 같다.

내가 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그가 ’광고 없는’ 월간  잡지의 발행인이기 때문이다. 월간잡지 한권 내려면  원고료,기자들 월급, 사무실 임대료, 제본비 , 인쇄비,종이값, 발송비, 진행비...해서  한달에 못들어도 족히 몇천만원은 들 터인데 그는 ’광고를 싣지않는’월간지  ’ 가톨릭 다이제스트’ 를 내는 것이다. 비록 얇고 작은책이지만 변호사해서 생긴 돈을 몽땅 쏟아 부어 가며  운영하는 것같다. 마치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  변호사 일을 하는것 같다.  그의 가장 적극적인  동역자는 그의 부인이다. 그 부인에게   변호사 사모님으로서   화려한 치장이나  생활은  먼 이야기이다. 원고를 쓰고 필자를 섭외하고 교정을 보고... 한푼이라도  제작비를 벌기위해  무보수 기자로 직접,기꺼이  나선 것이다. 무슨일이든  뜻만으로 이끌어 간다는 것이 쉽지않은 세상 일임을 알기에 나는 그 일을 하는 젊은 변호사 부부가 존경스럽다.

왕성한 독서욕구를 채워 줄 수 없었던 자신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상업주의에 물들지않는 ’좋은 잡지’를 만들기위해서 광도고 안싣는  잡지를  보면  희망을 떠올린다.

 세상에는  정신을 오염시키는 얼마나 쓰레기 같은 인쇄물과 매체들이 많은가.   책 갈피 갈피에서는 참으로 인간 냄새 나는 소박한 글들을 만날수있다. 그리고  살기 힘든 이들을 격려하고  이들을  하나 하나를 일으켜 세워 주려는 뜻이 담긴  책에서 이것이  정의와 평화로  가는 길임을 깨닫게된다.  이 땅에 그같은 책이 나오고 유지된다는게 기적같고 고맙다. 그리고 그 같은 변호사가 있어서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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