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름다운 이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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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신문교 | 작성일2002-03-09 | 조회수893 | 추천수11 | 반대(0) 신고 |
그는 서울 근교 조용하고 아담한 시골 성당의 지휘자입니다. 음악대학을 나오지는 않았지만 타고난 성실함과 성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성가단 지휘자의 소임을 착실히 수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그는 극진한 효성과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입니다. 대학 시절 산악부원 이었던 그는 지리산을 오르고 싶다는 노모의 소원을 풀어 드리기 위하여 어머니를 등에 업고 그 높은 지리산을 오르는, 보통 사람으로서는 따라 하기 힘든 일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얼마 전 근심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함께 성가단에서 봉사하던 그의 친구가 헤쳐 나가기 힘든 곤경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부인이 무려 일곱 차례나 뇌수술을 받은 그의 친구는 얼마 되지 않던 재산을 병원비로 모두 소진하고 거처마저 잃게 되었던 것입니다. 풍족하지는 않으나 가족과 함께 화목한 생활을 하는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던 그에게 친구의 불행은 앉아서만 바라볼 수 없는 다급한 일이었습니다. 고심하던 그에게 한가지 묘안이 떠올랐습니다. 서울 근교에 일찌감치 장만한 그의 집은 비록 낡았으나 꽤 넓은 마당을 끼고 있었습니다. 묘안이란 다름 아닌 그의 집 마당에 조립식 간이 주택을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집안 어른들과 가족을 설득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얼마 후 안마당에는 그리 볼품은 없지만 아담한 집 한 채가 들어섰습니다. 요즘 시판되는 조립식 패널은 다행히 보온 효과가 뛰어나고 시공이 간편해서 임시로 따뜻한 거처를 만들기에는 안성마춤 이었답니다.
시골 집 안마당에 무허가로 지은 간이 주택일 망정 그 소중하고 작은 집의 입주식에는 순박한 시골 성당의 성가단원들이 한데 모여 축하의 웃음꽃과 감동의 눈물이 한데 엉긴 잔치 한마당이 벌어졌을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고대광실의 성대한 낙성식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지요. 또 한가지 큰 기쁨은 일곱 차례나 뇌수술을 받아 기동조차 못하던 친구의 아내가 그 집에 입주한 뒤 서너 달 만에 혼자서 걸음을 옮길 만큼 병세가 호전된 점이니, 사랑과 기쁨만큼 좋은 치료제는 없다는 것이 실증된 셈입니다.
조립식 주택의 <무료 세입자>인 그의 친구는 시골성당의 성가단장으로 승진(?) 하였으며 지휘자와 성가단장이 함께 사는 한 마당 두 지붕에는 오늘 저녁에도 웃음꽃이 떠날 줄 모른답니다.
자신의 집 안마당에 조립식 무허가 주택을 세워 건축질서를 어지럽힌(?) 시골성당의 지휘자는 현재 한국 가톨릭의 유수한 합창단인 <Ama***합창단>의 총무직을 겸하고 있습니다.
신 문 교 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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