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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한나의 노래

770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12-25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한나의 노래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는 1사무 1,2에서 에프라임 땅에 살던 엘카나의 첫째 아내로 소개됩니다. 당시 상황은 한나가 오랫동안 불임이라 엘카나 집안에 후처인 프닌나가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한나는 둘째 부인 프닌나에게 조롱 당하며(6절) 괴로움을 겪다가 주님께 서원하는데요(11절), 서원의 내용이 역설적입니다. 아이를 얻게 된다면 아이를 주님께 바치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얻기 위해 아이를 포기하겠다고 서약한 셈이니, 당시 한나의 신세가 얼마나 암담했는지 알 듯 합니다.

 

하지만 성소에서 기도한 뒤에는 한나의 마음이 누그러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나의 개인 사정을 모르는 사제 엘 리가 그를 축복해주자, 그가 음식도 먹고 얼굴도 전처럼 어둡지 않았다고 합니다(17-18절). 그리고 바람대로 아이를 낳은 뒤, 약속대로 아이를 봉헌하며 부른 노래가 2,1-10에 이어집니다. 사실, 찬양의 내용이 한나의 상황과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아이 못낳던 여자는 일곱을 낳고”(5절)라는 구절은 그에게 일어난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한나의 찬양이 성경에 기록되었다는 건 그가 성경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하게 합니다. 여인이 부른 노래가 성경에 기록된 예는 정말 소수이기 때문입니다. 모세의 누이이자 여예언자인 미르얌은 탈출 15,20-22에서 승리의 노래를 불렀고, 이스라엘 역사상 유일한 여자 판관 드보라가 부른 노래는 판관 5장에 나옵니다. 한나의 찬양이 특별한 점은, 그가 찬미 노래를 부른 시점이 소원이 이뤄진 임신 때나 출산 때가 아니라, 서원대로 아이를 바칠 때였다는 것입니다. 아이와 떨어지게 되면 슬프고 괴로울 텐데 한나는 하느님께 찬미를 드립니다. 이는 일종의 ‘환희의 신비’라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환희의 신비는 성모님 이전에 한나에게서 먼저 이루어진 셈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위기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사무엘을 낳아 이를 극복하게 해준 어머니 한나의 이야기는 이후 문헌에도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루카 1-2장이 대표적입니다. 이 대목 역시 불임 부부였던 즈카르야 사제와 엘리사벳이 세례자 요한을 얻게 되는 사연으로 시작합니다(루카 1,7). 한나의 노래는 “마리아의 노래”, 곧 ‘마니피캇’에도 비슷하게 반영됩니다. 또한 한나의 사연은 신약 외경 「야고보 원복음」에도 영감을 주었습니다. 거기서 불임 부부 요아킴과 안나는 아이를 청하며 탄원하는데, 안나는 히브리어 한나의 그리스식 이름입니다. 그리스어에는 [ㅎ]에 해당하는 문자가 없어 ‘안나’로 옮겨진 것입니다. 그리고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수태고지를 받자 부부는 ‘아이를 주님께 예물로 바칠 것’을 서원합니다. 이어, 요아킴과 안나의 딸 마리아가 세 살 되던 해 성전에 봉헌합니다. 이런 일련의 이야기는, 프닌나의 조롱을 악으로 되갚지 않고 간절한 바람을 진취적으로 풀어낸 한나가 하느님 백성이 지나온 역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4년 12월 22일(다해) 대림 제4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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