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베타니아의 마리아와 마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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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1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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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베타니아의 마리아와 마르타
예루살렘의 올리브산 동편에는 베타니아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현재는 팔레스타인 자치 기구에 속해 분리장벽으로 막혀 있는데, 마태 21,17-19에는 열매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를 예수님께서 꾸짖으신 장소로 나옵니다. 사실 철이 아닌데 열매가 없다며 나무를 죽게 하신 일은 수수께끼처럼 보이지만, 이는 이스라엘 백성을 무화과나무에 비유하여 꾸짖고 가르침을 주시려 한 일종의 상징 행위였습니다. 말하자면, 이스라엘이 주님의 백성다운 열매를 내지 못하고 들포도로 변질되었음을 질책한 이사 5,2.7; 예레 2,21 등과 같은 맥락입니다.
예수님 시대 베타니아에는 라자로와 마리아, 마르타 남매가 살았습니다. 이곳 지명의 뜻은 ‘무화과의 동네’ 또는 ‘가난의 동네’로 추정됩니다. 특히 나병 환자 시몬이 베타니아에 살았고(마르 14,3) 라자로도 그곳에서 앓다가 죽었음(요한 11장)을 생각하면, 가난한 병자들이 많은 동네였던 듯합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주로 활동하시다가 예루살렘으로 올라오실 땐, 라자로 남매의 집에 자주 머무신 것 같습니다. 요한 11,3에서 마리아와 마르타가 자기 오빠를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이”라 칭한 점에서도 예수님과 이들 남매의 사이가 각별하였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주님께서 길을 가시다가 들르셨다는 “어떤 마을”(루카 10,38)도 베타니아로 보입니다.
사실 루카 10장에는 중요한 두 개의 대목이 나란히 등장합니다. 하나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29-37절)이고, 다른 하나는 마르타와 마리아 이야기(38-42절)입니다. 이러한 배치는 예수님께서 율법 가운데 으뜸으로 알려주신 두 가지 사랑(10,27)을 각각의 본보기로 제시하려 한 의도로 보입니다. 말하자면, 제1계명인 하느님 사랑은 마리아의 행동에서 드러나고, 그 다음 계명인 이웃 사랑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집으로 맞아들이게 된 마르타는 주님을 환대하고픈 마음에 몹시 분주하였습니다. 그런데 마리아가 주님 발치에 앉아 말씀만 듣고 있는 걸 보고 불만을 토로합니다.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주십시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마리아는 좋은 몫을 택하였다며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손님 환대는 여러 방법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음식을 장만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손님 곁에서 그분 말씀을 듣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피는 것도 큰 환대입니다. 게다가 그 손님이 지상에서의 시간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예수님이시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마리아와 마르타가 저마다 자기 몫을 택하였으며, 무엇을 택하였든 그에 충실하면 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곧 이는 자신의 선택처럼 타인의 선택을 인정하고, 그것을 질투하거나 빼앗으려 할 필요가 없다는 가르침입니다.
[2025년 7월 20일(다해) 연중 제16주일(농민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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