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을 해주세요.

로그인
닫기
성경자료
크게 원래대로 작게
글자크기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854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8-2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오늘 복음에는 “한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설 것이다.”(루카 12,52)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 말씀입니다. 사랑으로 뭉쳐야 할 가족이 더 이상 가족이 아닌 상태가 된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제1독서가 실마리를 줍니다. 기원전 7~6세기 예레미야의 상황에서 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레미야의 고향은 아나톳입니다(예레 1,1).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5km 떨어진 옛 고을입니다. 그런데 예레 11,21에 따르면 아나톳 주민들, 곧 예레미야의 고향 사람들이 그의 목숨을 노립니다. 12,6에는 “네 아버지 집안조차도 너를 배신하고 너에게 마구 소리를 지르는구나. 그러니 그들이 너에게 좋은 말을 한다 해도 그들을 믿지 마라.” 하신 주님의 말씀도 나옵니다.

 

그들이 예레미야를 박해한 가장 큰 원인은 시온 신학과 관계 있어 보입니다. 시온 신학이란 다윗 계약에 근거한 것으로, 주님께서 다윗에게 영원한 왕좌를 약속하셨으니(2사무 7,11ㄴ-16; 시편 89,4-5) 시온 산 위의 성전과 다윗 왕조는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기초로 합니다. 기원전 722년 아시리아는 북왕국을 무너뜨리고 남왕국도 호시탐탐 엿보지만, 701년 예루살렘 정복에 실패합니다(2열왕 19,20-35). 이에 시온은 안전하다는 신학이 힘을 얻어, 이후 맹목적으로 발전한 듯합니다. 백성이 성전을 난공불락으로 여겼음은 예레 7,3-4.10에서도 확인됩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시나이산 계약에 따른 율법은 자연스레 무시되기 시작합니다.

 

다윗 계약과 시나이산 계약은 성격이 다릅니다. 다윗 계약은 주님의 은혜로 내려진 “영원한 계약”(2사무 23,5)이지만, 시나이산 계약은 율법을 동반해 그걸 지키지 않으면 고향에서 쫓겨나는 ‘조건 계약’입니다(레위 26,14-39; 신명 28,15-68). 시간이 흐르면서 백성은 쉬운 다윗 계약으로 기울게 된 반면, 까다로운 시나이산 계약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듯합니다(예레 7,9; 16,11 등). 그 결과 종교적 사회적 부패가 심화하자, 예레미야가 시나이산 계약 준수를 역설하며 이대로는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다는 신탁을 전달한 것입니다(11,1-14 등). 문제는 대다수 예언자들이 시온 신학에 의지해 무분별하게 평화를 예고했다는 점입니다. “재앙이 우리에게 닥칠 리도 없고 우리가 칼이나 굶주림을 만날 리도 없다.”(5,12) 등의 신탁을 전달하며, 유다 왕국을 위협하는 바빌론도 주님께서 물리쳐 주실 거라 선포하였습니다(28,10-11). 바빌론이 이미 제1차 유배로 임금과 귀족을 끌고 갔는데도 말입니다. 그렇다면, 아나톳 사람들은 예레미야의 말에 반발한 일반 백성(26,9.11 등)과 똑같이 반응한 셈입니다.

 

예레미야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기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신탁을 전달해 결국 분열을 가져왔습니다. 백성이 하느님과 맺은 약속, 곧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가족 붕괴를 넘어 나라 멸망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짧은 안목으로만 세상의 이치를 판단하면 오류를 범할 수 있으니, 하나의 기준만 적용할 수 없음을 알려줍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8월 17일(다해) 연중 제20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0 23 0

추천  0

TAG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로그인후 등록 가능합니다.

0 / 500

이미지첨부 등록

더보기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