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약] 성경에 이런 일이: 여푼네의 아들 칼렙(민수 13-1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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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4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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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포착! 성경에 이런 일이] 여푼네의 아들 칼렙(민수 13-14장)
여푼네의 아들 칼렙은 모세가 가나안 땅을 정찰하기 위해 각 지파에서 뽑은 열두 명의 정찰대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정찰대는 40일 동안 가나안 땅을 두루 돌아다니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보고 거기서 나는 풍요로운 열매들을 가지고 복귀했습니다. 칼렙은 어서 올라가 그 땅을 차지하자고 백성을 독려합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여호수아를 제외한 나머지 정찰대원들은 가나안 땅에 살던 원주민들이 자신들보다 강해서 그 땅을 점령하지 못할 거라며 백성들 사이에 패배의식을 퍼뜨립니다. “그 땅은 주민들을 삼켜 버리는 땅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 땅에서 본 백성은 모두 키 큰 사람뿐이다… 우리 눈에도 우리 자신이 메뚜기 같았지만, 그들의 눈에도 그랬을 것이다.”(민수 13,32-33)
용기를 북돋고 힘을 실어주는 말보다 기를 꺾고 포기하게 만드는 말이 더 큰 파급력을 지니기 마련인가 봅니다. 급기야 백성은 말합니다. “주님께서는 어쩌자고 우리를 이 땅으로 데려오셔서, 우리는 칼에 맞아 쓰러지고, 우리 아내와 어린것들은 노획물이 되게 하시는가? 우두머리를 하나 세워 이집트로 돌아가자.”(민수 14,3-4) 이쯤 되면 패배의식을 넘어선 자학적인 자기 인식입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홍해 바다를 가르고 그 강하다는 이집트 군대를 물리치신 하느님의 놀라운 능력과 크신 사랑을 완전히 잊어버린 모습입니다.
결국 이 일로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불평한 세대를 약속의 땅에 들이지 않기로 결심하시는데 단 두 사람, 훗날 모세의 후계자로 백성을 이끌 여호수아와 칼렙만이 예외였습니다. 그들이 불평하던 백성들 앞에서 자신들의 옷을 찢으며 간곡하게 호소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주님 마음에 들기만 하면, 그분께서는 우리를 저 땅으로 데려가셔서 그곳을 우리에게 주실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그들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민수 14,8-9) 주님께서 하신 약속을 잊지 않고 그분께 희망을 둔 이의 외침입니다. 결국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을 점령하고 분배할 때, 칼렙은 자신이 정찰했던 헤브론 땅을 상속받습니다.(여호 14,6-15 참조)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두려움에 찬 사람들의 말에 휩쓸리지 않았던 그는 주님의 약속이 이루어지는 날을 목격한 모세도 누리지 못한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보여준 것처럼, 하느님께서 해주신 일들과 그분께서 약속하신 바를 망각할 때, 사람은 자기 자신을 건강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됩니다. 세례로 얻은 구원과, 주님께서 내 삶에 일으켜주신 좋은 일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세상에 복음을 선포해 온 교회의 역사 등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할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한편으로 우리를 위축시키는 온갖 어려움과 부정적인 말들에도 불구하고 믿음으로 희망을 간직하는 이는 반드시 그것이 이루어짐을 보고야 만다는 사실을 칼렙이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희망의 순례자 희년을 보내는 우리 모두가 칼렙의 이야기를 좋은 귀감으로 삼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025년 8월 17일(다해) 연중 제20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정현수 도미니코 사비오 신부(교구 청소년사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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