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거만한 자의 재난에는 약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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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9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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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거만한 자의 재난에는 약이 없으니
오늘 제1독서에는 “거만한 자의 재난에는 약이 없으니···”(집회 3,28)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재앙과 재난은 히브리어로 [라아]인데, 이 단어에는 ‘악’(惡)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예레 11,17의 “재앙”과 “사악함” 그리고 18,8의 “죄악”과 “재앙”이 모두 [라아]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도 “악의 잡초가 그 안에 뿌리내렸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이 이어집니다. 말하자면, [라아]는 악행과 악행의 결과로 닥치는 벌까지 함축하는 말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본의이든 아니든 우리가 죄를 지으면, 죄책감 때문에 괴로움을 겪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죄 자체가 벌이 되고, 더 나아가 악행이 우리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는 재앙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그래서 이런 모든 과정이 우리에게는 악을 바로잡고 막아주는 약이 됩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요나서에 나오는데요, 요나가 파견되었던 니네베는 잔인성으로 고대근동에서 악명 높던 옛 아시리아의 수도입니다. 요나는 소돔과 고모라처럼 악한 니네베가 망해야 한다고 믿고,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시지 못하도록 예언직을 피해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건 니네베인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요나가 전달한 한 줄의 신탁, “이제 사십 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요나 3,4)라는 선언을 듣고 “가장 높은 사람부터 가장 낮은 사람까지”(5절) 즉시 회개했던 것입니다. 요나는 니네베인들에게 재앙을 피하기 위한 참회 단식이나 기도 등의 방법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 자연스레 망하도록 유도하려 한 듯합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니네베인들이 요나의 신탁을 듣고 곧장 참회합니다. 요나의 경우, 예언직을 피해 달아났다가 하느님 명령에 다시 복종할 때까지 ‘사흘’이나 걸렸는데도 말입니다(2,1-3). 이런 즉각성은 이스라엘 백성에게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이민족도 죄에서 돌아서면 재앙이 거둬질 거라는 예레 18,7-8의 약속이 요나서의 니네베에서 성경 최초로 실현됩니다. 주님께서 니네베의 회개를 보시고 재앙을 거두신 일은 에제키엘이 전한 신탁과도 상통합니다: “악인도 자기가 저지른 모든 죄를 버리고 돌아서서, 나의 모든 규정을 준수하고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면, 죽지 않고 반드시 살 것이다. ··· 내가 정말 기뻐하는 것이 악인의 죽음이겠느냐?”(에제 18,21.23)
하느님께서 징벌을 경고하시는 가장 큰 목적은 죄인들을 회개로 이끄는 것입니다. 그런데 거만한 자의 재난에는 왜 약이 없을까요? 그 이유는, 거만한 자가 죄를 짓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니 징벌로도 그를 돌려세우지 못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곧 회개의 가능성이 없으므로, 약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각종 음모와 악행을 저지르고도 심판받지 않으려 버티는 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죄가 쌓이고 쌓이면, 묻힌 듯 보이는 과거의 잘못까지도 결국엔 하느님 앞에서 죄다 셈해지게 될 것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8월 31일(다해) 연중 제22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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