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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성경에서 희년을 보다: 유다 임금 치드키야의 종 해방 계약

8615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9-07

[성경에서 희년을 보다] 유다 임금 치드키야의 종 해방 계약

 

 

레위기 25장의 희년법에서 핵심이 되는 법 가운데 하나는 ‘종 해방’입니다. 희년법의 기초가 되는 안식년 율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옛 이스라엘 왕정이 세워진 이후, 율법에 따라 종 해방을 실행한 인물은 기원전 6세기 유다 왕국의 마지막 임금 치드키야입니다. 예레미야서(34,9-10)에 따르면 그는 바빌론에 의해 망하기 전, 예루살렘 주민들과 함께 주님 앞에서 종 해방을 맹세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누구도 동족 유다인을 종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라는 9절의 내용은, “가난한 형제를 좀 부리듯 해서는 안 된다.”라는 레위기의 희년법(25,39-42)과 맞닿아 있습니다. 한편, 14절에는 “일곱 해가 끝날 때” 히브리인 종을 풀어주어야 한다는 율법이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치드키야의 행보는 안식년 율법을 바탕으로 한 종 해방이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치드키야는 특별히 하느님께 충실하거나 백성에게 선정을 베푼 임금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그가 종 해방을 추진한 배경에는 당시 고대 근동을 제패한 강국 바빌론의 위험이 있었습니다. 우유부단한 성격의 그가 친이집트 성향의 신하들에게 휘둘려, 당시 유다 왕국을 지배하던 바빌론을 배신하고 이집트에 기대어 반란을 도모했습니다. 그 결과, 바빌론의 공격 대상이 된 치드키야는 율법을 실천하려는 척이라도 해서 주님의 도움을 청해보고자 한 것 같습니다. 더구나 종은 징집 대상이 아니었으므로, 그들을 해방시키면 군인으로 복무시켜 군사력을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치드키야 입장에서는 율법도 지키고 전쟁 준비도 하는 일거양득이었던 셈입니다.

 

그가 계약을 체결한 방식은 매우 특이합니다. 송아지를 반으로 자른 뒤 백성과 함께 그 사이를 지나가며 종 해방을 맹세한 것입니다(18절). 계약은 성전에서 체결한 것으로 보이며(15절: “내 앞에서” 참조) 이러한 의식은 창세기 15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거기서는 아브람이 암송아지, 숫양 등을 절반으로 자르자(9-10절) 하느님께서 그 사이를 지나가시며 아브람과 계약을 맺으셨습니다.

 

이런 수수께끼 같은 의식은 사실 고대 근동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던 계약 체결 방식입니다. 지배국과 피지배국의 주종 관계를 맺을 때, 주로 짐승을 살라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을 어기면 두 토막 난 짐승처럼 되리라.”라는 위협을 담아, 피지배국의 반란을 막으려던 것입니다. 그런데 치드키야와 예루살렘 주민들은 송아지를 자르며 주님 앞에서 종 해방을 맹세하고도, 이집트에서 원군을 보내와 바빌론이 잠깐 포위를 풀자 해방했던 종을 다시 잡아들였습니다. 그 결과 치드키야와 예루살렘 주민들은 결국 신탁을 전달받고(예레 34,18-20) 망국의 재앙을 면치 못하게 된 것입니다.

 

“나는 … 내 앞에서 송아지를 두 토막으로 가르고 그 사이로 지나가면서 맺은 계약의 규정들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을 그 송아지처럼 만들어 버리겠다”(예레 34,18).

 

[2025년 9월 7일(다해) 연중 제23주일 수원주보 4면, 김명숙 소피아(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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