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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라헬의 무덤

861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9-07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라헬의 무덤

 

 

히브리어 [라헬]은 ‘암양’이라는 뜻입니다. 라헬은 야곱을 처음 만난 날에도 유목 여인답게 양을 치고 있었습니다(창세 29,6). 언니 레아와 달리 어여뻤고(29,17), 이후 아들 요셉이 그 외모를 이어받습니다(39,6). 하지만 오랫동안 불임이었기 때문에, 몸종 빌하를 통해 단과 납탈리라는 아들을 먼저 얻습니다(30,1-8). 그후 주님께서 라헬을 기억하시어 뒤늦게 아이를 얻게 되는데, 주님께서 불임의 수치를 ‘없애셨음’을 기뻐하고 아들 하나를 ‘더 주시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이름을 요셉이라 하였습니다(30,22-24). 요셉은 ‘없애다’ ‘가져가다’라는 뜻과 ‘더하다’라는 이중 의미를 지닙니다. 라헬은 소원대로 가나안에 들어온 뒤 벤야민을 낳지만, 야곱의 의도치 않은 말이 씨가 된 탓인지 난산 끝에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라헬은 남편을 따라 가나안으로 오기 전 집안 수호신을 훔칩니다. 옛 유다 전승에서는 아버지 라반의 우상숭배를 막으려던 행동이라고 풀이하지만(『창세기 라바』 74,5), 이를 알지 못한 야곱은 장인이 찾으러 오자 그것을 훔친 자는 죽어 마땅하다고 맹세합니다(창세 31,32). 그 맹세 탓인지 라헬이 그만 벤야민을 낳다 세상을 떠납니다. 그러나 이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형들의 음모로 이집트에 팔려간 요셉이 우여곡절 끝에 재상이 된 뒤 곡식을 구하러 온 형들과 재회하게 되는데요, 요셉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형들을 시험하려고 벤야민에게 금잔을 훔쳤다는 누명을 씌웁니다(44,5.15). 이 일이 공교롭게도 라헬이 집안 수호신을 훔친 일을 떠올리게 합니다. 집안 수호신이 종교적 물건이듯이, 금잔도 이집트에서 점을 치는 데 쓰이는 물건이었습니다: “이것은 내 주인께서 마실 때 쓰시는 잔이며 점을 치시는 잔이다”(44,5). 다만 실제로 훔친 라헬은 붙잡히지 않은 반면, 훔치지 않은 벤야민은 붙잡혀 어머니의 죗값을 아들이 묘하게 돌려받게 됩니다.

 

사실 라헬은 극심한 산고 때문에 아들 이름을 ‘벤 오니’ 곧 ‘내 고난의 아들’이라 하였으나, 야곱은 ‘벤야민’으로 고쳐 붙였습니다(35,18). 벤야민은 ‘내 오른손의 아들’이란 뜻이므로, 야곱이 좀 더 상서로운 이름을 주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른쪽은 ‘힘’ ‘방어력’을 상징하며, 성서 히브리어에서 ‘야민’은 ‘남쪽’이란 뜻도 지닙니다. 곧 벤야민이란 이름은 형들과 달리 남쪽에서 태어났음을 암시합니다. 형들은 하란에 있는 라반의 집에서 출생하였지요.

 

야곱은 라헬을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가”(35,19)에 묻었는데, 그 위치가 의미심장한 건 미카 5,1에서 베들레헴은 장차 메시아가 나는 곳으로 제시되기 때문입니다. 정말 라헬이 그 입구를 지킨 덕분일까요? 나오미를 따라 베들레헴으로 온 룻이 보아즈와 혼인하자, 베들레헴 주민들은 룻에게 이스라엘 집안을 세운 라헬과 레아처럼 되라고 축복하였고(룻 4,11), 그 축복대로 룻은 베들레헴에서 다윗과 구세주의 조상이 됩니다. 비록 라헬은 가족묘인 막펠라 동굴에서 떨어져 외롭게 묻히지만, 그의 무덤은 오늘날 유다인들이 찾아와 기도하는 대표적인 순례지가 되었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9월 7일(다해) 연중 제23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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