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희망의 순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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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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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희망의 순례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5)라는 말씀으로 “희망의 순례자” 정기 희년을 선포하셨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하느님의 품을 찾아가는 순례길에 있는 사람들입니다.과거 이스라엘 백성은 1년에 세 번 순례길에 올랐습니다. 파스카 축제와 주간절(오순절), 초막절입니다. 교통이 발달되지 않은 당시 상황에 맞갖은 횟수로 예루살렘 성전의 주님께 올라가 충실한 신앙심을 표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순례에는 더 원초적이고 깊은 뜻이 숨어 있습니다. 옛 성전은 우리에게 유토피아처럼 되어버린 에덴 동산을 상징하는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성전과 에덴 동산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만나 주시는 장소지만 죄 없고 정결한 상태여야만 들어갈 수 있었고, 커룹이 있었다는 점에서 공통됩니다. “사람을 내쫓으신 다음, 에덴 동산 동쪽에 커룹들과 번쩍이는 불 칼을 세워, 생명나무에 이르는 길을 지키게”(창세 3,24) 하였듯, 성전의 지성소에 모셔진 계약 궤에도 커룹이 있었습니다. 곧 원조들이 에덴으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커룹들이 입구를 지켰듯, 지성소에서는 커룹이 상징적으로 백성의 접근을 제한하는 구실을 한 것입니다. 더구나 창세 2,13에 따르면, 에덴에서 흘러나온 네 개의 강 가운데 하나가 기혼인데, 기혼은 예루살렘에 자리한 샘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것도 성전산 바로 아래 자리해 있어, 에덴 동산의 기혼 강을 떠올려줍니다. 말하자면, 이스라엘 백성은 부분적으로나마 예루살렘 성전에서 에덴 동산을 맛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신약에 이르러 교회의 신랑이신 예수님께서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심으로써 에덴 동산의 문을 열어 주셨습니다. 십자가 죽음의 순간 지성소의 휘장이 둘로 갈라진 건 하느님과 인간 사이를 가로막던 장벽이 허물어졌음을 의미합니다. 이후 성전은 파괴되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상태가 되지만, 그 상징성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경이 말하듯 ‘예수님께서 곧 성전’(요한 2,20)이시며, 우리 역시 ‘성령을 모신 성전’(1코린 3,16)이 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희망의 순례자입니다. 희년은 땅과 가산을 잃고 자기 자신까지 팔아버린 백성이 모든 것을 되찾고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해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지는 전에 있던 흙으로 되돌아가고, 목숨은 그것을 주신 하느님께로 되돌아간다.”(코헬 12,7)라는 말씀처럼,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고향은 우리의 숨이 기원한 주님의 품입니다(창세 2,7). 게다가 옛 백성은 주님의 현존을 성전 순례에서 구하였지만, 예수님께서 바치신 한 번의 제사로 성전이 우리 안에 들어온 뒤로 우리의 순례길은 예루살렘이 아닌 각자의 일상에 동행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여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와 함께하실 하느님께 희망을 두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남은 희년도 보람있게 살아가도록 합시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11월 2일(다해)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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