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 부 “저는 믿나이다” - “저희는 믿나이다”
- 제 2 부 그리스도교 신앙 고백
- 제 2 장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나이다
- 제4절 “예수 그리스도께서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다”
- 제2단락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
- III.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죄 때문에 당신 자신을 성부께 바치셨다
제 2 부 그리스도교 신앙 고백
- 그리스도의 전 생애가 성부께 드리는 제물이다
- 606 당신의 뜻을 이루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당신을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려고 오신462)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에 오실 때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 ……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 이 ‘뜻’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단 한 번 바쳐짐으로써 우리가 거룩하게 되었습니다”(히브 10,5-10). 성자께서는 강생하신 첫 순간부터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당신 구속 사명 안에 받아들이신다.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고, 그분의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요한 4,34). “온 세상의 죄를 위한 속죄 제물이”(1요한 2,2) 되신 예수님의 제사는 성부와 이루는 사랑의 일치를 표현한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목숨을 내놓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신다”(요한 10,17). “내가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것과 아버지께서 명령하신 대로 내가 한다는 것을 세상이 알아야 한다”(요한 14,31).
- 607 예수님 생애 전체는 성부의 구원하시는 사랑의 계획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원의로 가득 차 있다.463) 속량을 위한 수난이 당신 강생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이때를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할까요- 그러나 저는 바로 이때를 위하여 온 것입니다”(요한 12,27).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신 이 잔을 내가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요한 18,11) 그리고 또 십자가 위에서도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고 하시기 전에 예수님께서는 “목마르다.”(요한 19,28)고 말씀하신다.
-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어린양”
- 608 세례자 요한은 죄인들에게처럼 예수님께도 세례를 베풀기로 하고 나서,464) 예수님을 알아보고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465)이라고 표현한다. 요한은 예수님이 묵묵히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같이466) 고통을 당하고, 많은 사람의 죄를 짊어진 고난 받는 종이시며,467) 동시에 첫 파스카 때 이스라엘의 속량을 상징하던 파스카 어린양이시라는468) 것을 드러낸다. 그리스도의 전 생애는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469) 오신 그분의 사명을 표현한다.
- 예수님께서는 성부의 구원하시는 사랑을 자유로이 받아들이신다
- 609 인류를 위한 성부의 사랑을 인간으로서 당신 마음에 받아들이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요한 13,1).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기”(요한 15,13) 때문이다. 이처럼 고난과 죽음으로 예수님의 인성은 인류의 구원을 바라시는 하느님 사랑의 자유롭고 완전한 도구가 되었다.470) 과연 예수님께서는 당신 아버지에 대한 사랑으로 또 아버지께서 구하기를 원하시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당신 수난과 죽음을 자유로이 받아들이셨다. “아무도 나에게서 목숨을 빼앗지 못한다. 내가 스스로 그것을 내놓는 것이다”(요한 10,18). 그러므로 하느님의 아들은 가장 자유롭게 스스로 죽음을 향해 나아가셨다.471)
-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께서는 미리 당신의 생명을 자유로이 바치셨다
- 610 예수님께서는 “잡히시던 날 밤”(1코린 11,23) 열두 제자들과 식사를 하시던 중에,472) 자신을 자유로이 하느님께 바친다는 사실을 매우 분명하게 표현하셨다. 수난 전날 아직 자유로우실 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가진 마지막 만찬을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자신을 성부께 드리는 자발적인 봉헌의473) 기념으로 삼으셨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루카 22,19).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태 26,28).
- 611 이 순간 예수님께서 세우신 성체성사는 당신 희생의 “기념”이474)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의 봉헌에 사도들도 포함시키시고, 그들에게 이를 계속할 것을 명하신다.475) 이로써 예수님께서는 당신 사도들을 새로운 계약의 사제로 세우신다. “저는 이들을 위하여 저 자신을 거룩하게 합니다. 이들도 진리로 거룩해지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19).476)
- 겟세마니의 고뇌
- 612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만찬에서 자신을 바치심으로써477) 미리 맛보신 새로운 계약의 잔을 겟세마니의 고뇌 중에478)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심으로써”(필리 2,8)479) 아버지의 손에서 다시 받으신다. 예수님은 이렇게 기도하신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마태 26,39). 예수님께서는 죽음에 대한 인간적 공포를 그렇게 표현하셨다. 실로 예수님의 인성은 우리의 인성과 마찬가지로 영원한 생명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인성과는 달리 예수님의 인성에는 죽음의 원인인480) 죄가 전혀 없다.481)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인성은 “생명의 영도자”,482) “살아 있는 자”483)의 신적 위격이 취하신 인성이다. 당신의 인간적 의지로 성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받아들임으로써,484)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당신의 몸에 친히 지시고 십자 나무에 달리시어”(1베드 2,24) 당신 죽음을 속량을 위한 죽음으로 받아들이신다.
- 그리스도의 죽음은 유일하고 결정적인 희생 제사다
- 613 그리스도의 죽음은,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485)을 통해서 인류의 결정적인 속량을 완성하는 파스카의 희생 제사이며,486) 동시에 인간을 하느님과 화해시키고 일치시키는487) 새로운 계약의 희생 제사이다.488) 신약의 이 제사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신 성자의 피를 통해서 이루어진다.489)
- 614 그리스도의 이 희생 제사는 유일하며, 모든 제사들을 완성하고 초월한다.490) 이 희생 제사는 우선 하느님 아버지께서 몸소 주신 선물이다. 바로 성부께서 우리를 당신과 화해시키기 위하여 당신 아드님을 내어 주신 것이다.491) 이와 동시에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는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이 자유로이, 사랑으로,492) 성령을 통해서493) 우리의 불순종을 보상하기 위하여 성부께 당신의 생명을 바치시는494) 봉헌이다.
-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불순종을 당신의 순종으로 바꾸신다
- 615 “한 사람의 불순종으로 많은 이가 죄인이 되었듯이, 한 사람의 순종으로 많은 이가 의로운 사람이 될 것입니다”(로마 5,19). 예수님께서는 죽기까지 순종하심으로써 자기의 생명을 속죄의 제물로 내놓은 고난 받는 종의 대역, 곧 많은 이들의 죄를 메고 감으로써 그들을 의롭게 하고 그들의 죄악을 짊어지는 일을 맡아 완수하셨다.495)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과오를 보상하셨고, 아버지께 우리의 죄를 배상해 드리셨다.496)
-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희생 제사를 완성하신다
- 616 이 끝없는 사랑497) 때문에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는 속량적, 배상적, 속죄적 그리고 보상적인 가치를 지닌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생명을 제물로 바치실 때 우리 모두를 인식하고 사랑하셨다.498)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 한 분께서 모든 사람을 위하여 돌아가셨고 그리하여 결국 모든 사람이 죽은 것이라고 우리가 확신하기 때문입니다”(2코린 5,14). 사람은 제아무리 거룩한 사람이라도, 모든 사람의 죄를 스스로 짊어지고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자신을 제물로 바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 현존하는 하느님 아들의 신적 위격은 모든 사람들을 초월하면서 동시에 모든 사람들을 품으며, 그리스도를 온 인류의 머리가 되게 하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희생은 모든 사람을 위한 제사가 된다.
- 617 트리엔트 공의회는 “십자가 나무 위에서 거룩하신 당신 수난으로 우리에게 의로움을 얻어 주셨다.”499)고 가르침으로써 “영원한 구원의 근원”으로서500) 그리스도 희생 제사의 특별한 성격을 강조한다. 그리고 교회는 다음과 같은 노래로 십자가를 경배한다. “오! 십자가, 유일한 희망이여, 하례하나이다.”501)
- 우리는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에 참여한다
- 618 십자가 죽음은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유일한 중개자502)이신 그리스도의 유일한 제사이다. 그럼에도 그리스도께서는 강생하신 하느님으로서 당신 위격 안에서 “당신을 모든 사람과 어느 모로 결합시키셨기”503) 때문에 “하느님께서만 아시는 방식으로 모든 사람에게 파스카 신비에 참여할 가능성을 주신다.”504)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에게, 자기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고 요구하신다.505) 우리를 위하여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당신의 발자취를 따르라고 본보기를 남겨 주셨기 때문이다.506) 과연 그리스도께서는 속량을 위한 당신 희생 제사의 첫 수혜자들인 바로 그들이 당신 희생 제사에 참여하기를 원하신다.507) 속량을 위한 그리스도의 고난의 신비에 그 누구보다도 가장 긴밀히 참여한 분은 바로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이다.508)
- 천국에 이르는 사다리는 하나뿐이다. 십자가 이외에, 하늘에 오르는 다른 사다리는 없다.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