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 부 인간의 소명: 성령 안의 삶
- 제 2 부 십 계 명
- 제 3 장 하느님의 구원: 법과 은총
- 제1절 도덕률
- I. 자연법
제 1 부 인간의 소명: 성령 안의 삶
- 1954 인간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자제력과, 진리와 선을 향해 자신을 다스릴 능력을 주시는 창조주의 지혜와 선에 참여한다. 자연법은 인간에게 선과 악이 무엇이며, 진리와 거짓이 무엇인지를 이성으로써 식별할 수 있게 하는 타고난 도덕의식의 표현이다.
- 자연법은 모든 인간 개개인의 마음에 적혀 있고 새겨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선을 행하도록 명하고 죄짓는 것을 금하는 인간의 이성이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인간 이성의 이러한 명령도, 그것이 우리의 정신과 우리의 자유가 복종해야 하는 더 높은 이성의 목소리이자 또한 해석자가 아니라면, 법으로서 효력을 가지지 못할 것입니다.3)
- 1955 하느님 법[神法]인 자연법은4) 인간이 선을 행하고 자신의 목적에 다다르기 위해 따라야 할 길을 제시해 준다. 자연법은 도덕 생활을 규제하는 기본적이며 가장 중요한 규범들을 표명하고 있다. 자연법의 주축은 모든 선의 원천이시며 심판자이신 하느님에 대한 열망과 복종이며, 타인을 자기 자신과 대등하게 여기는 의식이다. 자연법의 주요한 규정들은 십계명에 제시되어 있다. 이 법을 자연법(lex naturalis)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것이, 비이성적인 존재들의 본성과 연관되기 때문이 아니라, 이 법을 규정하는 이성이 인간 본성(natura)에 고유한 것이기 때문이다.
- 이 규칙들이 ‘진리’라고 하는 그 빛의 책에 씌어 있지 않고, 도대체 다른 어디에 씌어 있겠는가- 모든 정의로운 법은 그 빛의 책에 씌어 있으며, 거기에서 정의를 구현하는 인간의 마음속으로 건너간다. 법이 사람에게로 옮겨 가는 것이 아니라, 인장(印章)이 마치 반지에서 밀랍으로 건너가는 것 같아도 그대로 반지에 남아 있듯이 법은 인간 안에 새겨지는 것이다.5)
- 자연법은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넣어 주신 지성의 빛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 빛을 통해서 해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을 인식한다. 이 빛, 곧 이 법은 하느님께서 창조 때 인간에게 주신 것이다.6)
- 1956 자연법은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있으며, 각자의 이성으로 확증된다. 자연법은 그 규정들에서 보편적이며, 그 권위는 모든 사람에게 미친다. 자연법은 인간의 존엄성을 나타내고, 인간의 기본 권리와 의무들의 기초가 된다.
- 참된 법이 있으니, 그 법은 올바른 이성이다. 이 법은 인간 본성에 부합하며, 모든 사람에게 주어졌다. 이 법은 불변하고 영원하며, 그 규정은 의무감을 촉구하고, 그 금지령은 과오를 방지한다. ……이 법은 변질시켜서도 아니 되고, 그 일부를 폐지해서도 아니 된다. 이 법을 완전히 폐기할 수 없다.7)
- 1957 자연법은 매우 다양하게 적용된다. 자연법은 장소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생활 조건들에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문화가 다양함에도 자연법은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 주고, 피할 수 없는 차이점들을 넘어서서 모든 사람에게 공통 원칙들을 제시하는 기준으로 남아 있다.
- 1958 자연법은 불변하고 역사의 변동을 거치면서도 그대로이다.8) 사상과 풍속의 흐름 속에서도 존속하며, 그 사상과 풍속의 진보를 뒷받침한다. 자연법을 표현하는 규범들은 근본적으로 유효한 채로 남아 있다. 설령 자연법의 원칙들을 부인한다 하더라도, 그렇다고 그것을 파기할 수는 없으며, 인간의 마음에서 제거해 버릴 수도 없다. 자연법은 개인 생활과 사회생활 안에서 언제나 되살아난다.
- 주님, 당신의 법이, 죄악으로도 말살할 수 없는 인간 마음에 쓰인 법이, 도둑질을 처벌한다는 것은 틀림없사옵니다.9)
- 1959 창조주의 매우 훌륭한 작품인 자연법은, 인간의 선택을 이끄는 도덕규범의 체계를 세울 수 있는 튼튼한 기초가 된다. 또 자연법은 인간 공동체들을 건설하는 데에 필수 불가결한 도덕적 기초가 된다. 결국, 자연법은 국법과 관계가 있을 뿐 아니라 국법의 필수적 토대가 된다. 국법은 자연법의 원칙들을 살펴 결론을 내리기도 하고, 자연법에 실질적이거나 법률적인 요소들을 더하기도 한다.
- 1960 모든 사람이 자연법의 규범들을 분명하게 즉각적으로 지각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어렵지 않게, 흔들리지 않는 확실성을 가지고, 오류의 혼동 없이”10) 종교적이며 윤리적인 진리들을 인식할 수 있으려면 죄인인 인간에게 은총과 계시가 필요하다. 자연법은 성령의 활동에 따라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토대를 계시된 법과 은총에 제공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