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 부 그리스도인의 삶과 기도
- 제2부 주님의 기도 “우리 아버지”
- 제3절 일곱 가지 청원
- III.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제2부 주님의 기도 “우리 아버지”
- 2822 우리 아버지의 뜻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닫게 되는”(1티모 2,4)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아무도 멸망하지 않기를 바라시기 때문에 참고 기다리신다”(2베드 3,9).85) 다른 모든 계명을 요약하고 또한 아버지의 뜻을 우리에게 온전히 밝혀 주는 그분의 계명은, 당신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다.86)
- 2823 “그리스도 안에서 미리 세우신 당신 선의에 따라 우리에게 당신 뜻의 신비를 알려 주셨습니다.……그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한데 모으는 계획입니다. 만물을 당신의 결정과 뜻대로 이루시는 분의 의향에 따라 미리 정해진 우리도 그리스도 안에서 한몫을 얻게 되었습니다”(에페 1,9-11). 우리는 이런 관대한 계획이 하늘에서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이 세상에서도 완전히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청하는 것이다.
- 2824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의 인간 의지를 통해서, 아버지의 뜻이 완전히 그리고 한 번에 결정적으로 이루어졌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 오시면서 말씀하셨다. “하느님!……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히브 10,7).87) 예수님께서만 “나는 언제나 아버지께서 마음에 드는 일을 한다.”(요한 8,29) 하고 말씀하실 수 있다. 고뇌에 찬 기도를 바치시던 중에도,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뜻에 전적으로 동의하셨다.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88)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우리 아버지의 뜻에 따라……우리 죄 때문에 당신 자신을 내어 주셨다”(갈라 1,4). “하느님의 뜻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단 한 번 바쳐짐으로써 우리가 거룩하게 되었습니다”(히브 10,10).
- 2825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시지만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다”(히브 5,8). 그러므로 예수님을 통하여 양자가 된, 피조물이며 죄인인 우리야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아버지의 뜻, 곧 세상에 생명을 가져다주는 아버지의 구원 계획을 성취하려고, 우리는 우리의 의지를 당신 아들의 의지와 결합시켜 주실 것을 우리 아버지께 청한다. 우리는 이 점에서 근본적으로 무능하다. 그러나 예수님과 결합되고 또한 당신 성령의 능력에 힘입어, 우리는 아버지께 우리의 의지를 맡겨 드리고, 당신 아들이 늘 선택하신 것을 우리도 선택하려고 결단할 수 있으니, 곧 아버지의 마음에 드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89)
-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름으로써 그분과 한마음이 될 수 있으며, 이로써 그분의 뜻을 수행할 수 있고, 이렇게 하여 그분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완전히 이루어질 것입니다.90)
-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덕이 우리 노력에만 달려 있지 않고, 하느님의 은총에 달려 있음을 보여 주심으로써, 어떻게 겸손을 가르치시는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여기에서 예수님께서는 기도하는 모든 신자에게, 온 세상의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하라고 명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에게서나 여러분 안에서만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라고 말씀하시지 않고, “온 땅에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곧, 세상에서 오류가 추방되고, 진리가 넘치며, 악습이 퇴치되고, 덕이 다시 번성하며, 땅이 더 이상 하늘과 다르지 않게 되기를 바라신 것입니다.91)
- 2826 우리는 기도를 통해서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분간할 수 있으며,92)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인내를 얻을 수 있다.93) 예수님께서는 말로써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마태 7,21)을 행함으로써 하늘 나라에 들어간다고 우리에게 가르치신다.
- 2827 “하느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면, 그 사람의 말은 들어 주신다”(요한 9,31).94) 교회가 주님의 이름으로 드리는 기도, 특별히 성찬례에서 드리는 기도의 힘도 그러하다. 교회의 기도는 지극히 거룩하신 천주의 성모와 일치하여 드리는 전구이며,95) 주님의 뜻이 아니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주님 ‘마음에 든’ 모든 성인과 일치하여 드리는 전구이다.
- 우리는 진리를 그르치는 일없이,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는 이 말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와 같이 교회 안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아버지의 뜻을 이룬 신랑에게서와 같이, 그 신랑에게 정혼한 신부에게서도 이루어지소서.”라고 바꾸어 말할 수도 있습니다.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