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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복음/말씀 > 복음생각/생활
2024.12.18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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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교 따르든 ‘정의 실현’은 공동의 과제
[한국 천주교회와 이웃 종교](30)
어떤 종교를 따르든지 한 사회 안에 살고 있는 이들은 모두 정의 실현의 공동 과제가 있다. OSV


정의 실현을 위해 여러 종교가 연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하느님께서는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모든 사람과 모든 민족이 사용하도록 창조하셨다. 따라서 창조된 재화는 사랑을 동반하는 정의에 따라 공정하게 모든 사람에게 풍부히 돌아가야 한다.”(사목 헌장 69항)

정의는 마땅히 하느님께 드릴 것을 드리고, 이웃에게 주어야 할 것을 주려는 지속적이고 확고한 의지입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살고 있는 사회에서 누구나 자신이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을 수 있을 때 정의가 보장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는 나이와 역량과 분배된 부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의 차이는 사회 구성원 사이의 불평등을 고착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을 필요한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한 사회 전체가 풍요로워지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계획입니다. 이와 같이 정의의 실현은 사랑의 실천과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떤 종교를 따르든지 한 사회 안에 살고 있는 이들은 모두 정의 실현의 공동 과제가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사랑의 계명이나 자비의 실천 등 자신의 신앙으로부터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자 이웃 종교인들을 비롯한 모든 사회 구성원과 협력하도록 요청받고 있습니다.

사형제도 폐지를 위하여 여러 종교가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교회는 복음에 비추어 ‘사형은 개인의 불가침과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이기에 용납될 수 없다’고 가르칩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267항)

공권력은 인권과 사회 규범을 훼손하는 범죄 행위를 억제하고자 범죄자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할 의무와 권리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사형 제도는 일부 중대 범죄에 대한 적합한 대응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러나 사형 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형 제도가 범죄 예방 효과가 있는지 의문시되며, 사법 제도의 오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한 살인자라고 할지라도 그의 존재 전체가 그의 범죄 행위만을 기준으로 판단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오늘날 사형 이외의 형벌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시민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범죄자의 속죄와 교정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사형 제도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여러 종교는 일찍이 사형 제도를 폐지하려고 노력해 왔고, 2000년 이후에는 범종교적 차원에서 기도 모임·연극제·포럼·음악회·미술전·정부와 대화 등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사형 집행을 중지하고 있기에, 2007년 이후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의 대열에 있습니다. 사형 제도에 대한 국민 정서의 변화에 도움이 되도록 가톨릭 신자들과 이웃 종교인들은 적극적 연대와 협력에 초대받고 있습니다.

믿는 사람은 이민자와 난민을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중략)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35-40)

세계화 시대를 맞은 오늘날 이주 노동자와 난민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세계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이주 노동자 문제는 이민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안에 포함됩니다. 포악한 군주의 횡포를 피하여 이집트에서 피난 생활을 한 성가정은 이주민과 난민의 전형이며 보호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네 아우는 어디 있느냐?”(창세 4,9)라는 성경 말씀을 통하여, 자신만을 생각하고 이웃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며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이처럼 난민과 이주민들을 대하는 ‘무관심의 세계화’를 비판하시며 세계적 차원의 형제애를 호소하십니다.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이주민들의 노동 가치는 국적·종교·인종과 무관하게 동등한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하며 그들의 ‘절박한 처지’가 재정적·사회적 착취의 기회로 악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한편 이주민은 그들을 받아들이는 나라의 문화유산을 존중해야 하며 그 나라 법을 준수해야 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이주민과 난민을 하느님 자녀의 품위를 타고난 인간으로 대우하도록 강조합니다. 어떤 종교에 속하든 믿는 이는 누구나 이주민과 난민 발생의 원인이 되는 빈곤과 국제적 갈등, 그리고 곤경에 놓인 이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무관심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이주민과 난민 문제는 사회 통합이라는 큰 과제를 제시합니다. 이 과제를 해결하고자 한 사회에 속하는, 믿는 모든 사람의 연대와 공동의 노력이 요청됩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