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밤 중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이번 사태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사제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김혜영 기자입니다.
[기자] 군사독재에 저항하며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사제단 창립을 주도한 함세웅 신부는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화살기도를 바쳤다고 밝혔습니다.
<함세웅 신부 / 서울대교구 성사전담 사제>
“계속 화살기도를 바쳤죠. 하느님 도와주십시오. 우리 민족 구해주십시오. 국회의원들 지켜주십시오. 이러면서 계속 했는데…”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비상계엄 자체도 놀라웠지만, 혹시 모를 무력 충돌이 염려됐다고 밝혔습니다.
<정수용 신부 /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비상계엄) 담화 내용을 동의하기도 상당히 어려웠지만, 담화 내용을 해결하는 방식이 계엄이라는 것이 귀를 의심할 정도였고 많이 놀랐었습니다. 무력 충돌이 일어나서 선의의 희생이 발생하지 않을까 매우 조바심 나고 조심스러웠고요.”
사제들은 비상계엄 선포가 요건은커녕 절차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함세웅 신부 / 서울대교구 성사전담 사제>
“대통령이 자충수를 뒀구나. 스스로 자기가 몰아낼 수 있는 길을 파준 거예요.”
<하성용 신부 /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계엄이라는 것도 절차가 있어야 되는데, 절차의 정당성이라는 게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나라 역사 안에서도 그게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선 분명히 판가름은 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43년 만에 기습적으로 선포된 비상계엄은 불과 6시간 만에 해제됐습니다.
전국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를 비롯해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와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정의평화환경분과는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결단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하성용 신부 /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명확하게 잘못되어 있는 거고. 당연히 공식적인 사과는 있어야 되는 거죠.”
<양두승 신부 /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하루 빨리 그 자리에서 스스로 퇴진하는 것만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현실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그런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을 혼란과 불안에 빠뜨린 비상계엄 사태.
사제들은 국민과 신자들에게 ‘용기’와 ‘정의’를 당부했습니다.
<함세웅 신부 / 서울대교구 성사전담 사제>
“우리가 신자로서 해야 할 덕목은 내가 있어야 할 곳에 꼭 있고, 해야 할 일을 꼭 하고, 하느님을 중심으로 또 정의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바른 가치관…”
<정수용 신부 /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이럴 때일수록 세상 일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각자의 자리에서 진실을 드러내는 일에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CPBC 김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