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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생활/문화/ > 일반기사
2024.12.18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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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특집] 바티칸 정원에 한복 입은 성모 모자이크 성화 걸렸다
문화출판 결산

 




바티칸 정원에서 거행된 ‘평화의 모후 모자이크 성화’ 축복식을 찾은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이 작품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기자






2024년 가톨릭 문화출판계는 바티칸을 수놓은 한국 성모 성화, 신앙 선조들의 삶과 영성, 유명 성미술 전시, 순례 책 봇물, 반전 기원과 기후변화 경고 등의 키워드가 눈에 띄었다.







바티칸에 걸린 한복 입은 성모 성화



지난해 9월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세워진 김대건 신부 성상에 이어 올해 9월에는 역대 교황들의 산책로인 바티칸 정원에 한국의 성모를 담아낸 모자이크 성화가 걸렸다. 가로 100㎝·세로 150㎝ 크기의 ‘평화의 모후 모자이크 성화’는 바티칸 정원에 설치된 12번째 성모 성화로, 한복을 입은 성모님이 지구를 든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모습이다.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는 희망을 담았다. 한국 성화를 그려온 심순화(가타리나)  작가의 작품이다.

 







복음화에 앞장선 신앙 선조들의 삶과 영성



교회 안에서는 복음화에 앞장선 신앙 선조들의 이야기가 연이어 출간됐다. 16~18세기 서양에서 동양으로 전달된 가톨릭과 그 신앙이 20세기 초중반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들이다.



먼저 중국의 문화와 선교 역사에 괄목할 만한 발자취를 남긴 아담 샬(예수회, 1592~1666) 신부의 「주교연기」가 번역·출간됐다. 주님의 가르침이 탄생한 근원과 오늘에 이른 과정, 우리 인류에게 어떤 보탬을 주는가를 성리학과 불가·도가의 이론적 모순점을 비판하면서 전개했다. 초기 140여 년간 예수회의 중국 선교를 집중 탐구한 「동아시아로의 항해」, 이를 통해 이뤄진 동서양 간 문명교류를 분석한 「명청시기 예수회 선교사 한학의_史(역사)」도 방대한 자료를 자랑한다.



초대 조선대목구장 바르톨로메오 브뤼기에르(파리외방전교회, 1792~1835) 주교의 삶과 신앙 여정을 다룬 책도 출간됐다. 관련 심포지엄 자료집을 토대로 조한건(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신부가 엮은 「브뤼기에르 주교 바로 알기」<사진>는 프랑스 출신 사제가 동아시아 대륙의 끝 조선으로 향하다 순교한 짧은 생애를 톺았다. 주교의 삶과 주요 영성을 묵상과 기도로 연결하는 「브뤼기에르 주교 바로 살기」도 연이어 나왔다.



그런가 하면 안동교회사연구소(소장 신대원 신부)는 조선 선교로 시작해 시토회 수도자로 마친 깔래 신부(1833~1884)의 생애를 담은 「마리 깔래 신부의 생애」를 펴냈고, 인천교회사연구소(소장 장동훈 신부)는 ‘서해안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최분도(B. Zweber, 1932~2001) 신부, 강화도 주민들의 자립을 도운 전미카엘(M. Bransfield, 1929~1989) 신부 등 메리놀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의 활동을 자료집으로 엮는 작업을 이어갔다. 제주의 양돈산업을 일구며 제주도민의 삶에 변화를 선물한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1928~2018) 신부의 삶은 창작오페라 ‘제주의 기적, 맥그린치’(작곡 이상철 신부)로 공연됐다.



 




카라바조 작 ‘그리스도의 체포’. 출처=우피치미술관






국내외 유명 성미술 전시 잇달아



2024년은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다채로운 성미술을 접할 기회가 잇따랐다.



연초에는 16세기 독일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 50여 점을 만날 수 있었다. 17세기 바로크 미술을 열어간 카라바조와 동시대 작가들의 회화 50여 점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계속 전시 중이다.



뒤러의 3대 목판화로 꼽히는 ‘성모 마리아의 생애’·‘대수난’·‘요한 묵시록’, 카라바조의 대표작 ‘그리스도의 체포’·‘성 토마스의 의심’ 등 작품 대부분이 성경의 주요 내용을 표현해 신앙인들에게 더욱 주목받는 전시였다.



우리나라 현대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굵직한 전시도 잇달았다. 조각계 원로 최종태(요셉, 92세) 작가 기증전은 서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열렸고, 서양화가 고 조영동(루도비코, 1933~2022) 작가 기증전은 절두산순교성지 내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 개최됐다. 작품 활동에서도 예술과 신앙의 조화를 이룬 두 작가는 150점 이상의 작품을 각각 서울대교구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 기증했다.



또 천경자(데레사, 1924~2015) 화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장발(루도비코)·이순석(바오로)·장우성(요셉)·김기창(베드로)·문학진(토마스 아퀴나스) 등 국내 화단에 족적을 남긴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70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렸다.



 







순례 도서 봇물



출판계에서는 유난히 순례 도서가 많이 출간돼 코로나19 엔데믹을 실감한 한 해였다. 이집트·이스라엘 등 구약과 신약 성경에 등장하는 지역부터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와 흔적이 가득한 유럽 전역까지 책으로 알찬 성지순례를 떠날 수 있었다.



허영엽(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원장) 신부는 아브라함의 성조 시대부터 바오로의 선교 여행까지 성경 속 특정 장소에 대한 설명·등장인물·다른 구절과의 관계 등을 소개한 「성경 순례」<사진>를 펴냈다. 김평만(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 영성구현실장) 신부는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아빌라의 성 데레사·십자가의 성 요한 등 스페인을 중심으로 세 성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유스티노 신부의 치유의 순례기 2」를 출간했다. 고 이창훈(알폰소, 1959~2023) 가톨릭평화신문 기자는 예수님의 생애를 좇아 이스라엘 성지들을 입체적으로 풀어쓴 「나자렛에서 예루살렘까지」를 유작으로 남겼다.



오랫동안 가이드로 활동한 김용백(스테파노)씨는 탈출기와 성가정의 행적, 여러 수도원을 탐방한 「너를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를 엮었고, 공지영(마리아) 작가는 요르단 암만을 시작으로 갈릴래아 호수·요르단강·나자렛·예루살렘 등을 순례하며 기록한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를 발표했다. 부산가톨릭대 인문학연구소 김혜경(세레나) 연구교수가 쓴 「모든 길은 로마로」는 일곱 언덕으로 이루어진 작은 도시 로마의 유적지를 다각도로 살피며 자연스레 가톨릭과의 연결점도 제시했다.







반전·평화 기원 및 기후변화 경고



문화출판계에서는 평화를 기원하고 기후변화의 위기를 경고하는 다양한 활동이 펼쳐졌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2~3월 AP통신 취재팀이 초기 20일간 수집한 다큐멘터리 ‘마리우풀에서의 20일’이 전 세계에 공개되며 상기됐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평화롭던 도시가 한순간에 초토화되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 분단과 정전을 상징하는 비무장지대를 주제로 생태와 평화에 대한 염원을 음악을 통해 확산하고자 기획된 ’DMZ 오픈 국제음악제''는 두 번째 무대를 마련했고, 서울시합창단은 평화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담은 하이든의 ‘전쟁 미사’를 공연하기도 했다.



‘CCPP 기후환경 사진 프로젝트’가 기획한 전시에서는 해수면 상승·사막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인간과 동물의 아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지구의 모습을 생생하면서도 은유적인 표현의 사진으로 경고했다.



원주교구 사제이자 환경운동가인 박홍표 신부는 삶과 환경에 관한 생각을 95편의 시로 엮은 「파도는 침묵하지 않는다」를 펴냈고, 해양환경단체에서 활동 중인 이소연씨는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통해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착취적 현실을 고발하고 새 옷을 사지 않는 의생활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천주교·불교·개신교·원불교 성직자가 함께 펴낸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는 수많은 다름 속에서 평화를 노래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