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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 사설/칼럼
2024.12.2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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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끝나지 않은 콘서트
박민규 가롤로(신문취재팀 기자)

마지막 콘서트 무대에 끝내 서지 못하고 선종한 고 황수정(율리안나)씨. 콘서트 환불 푯값을 기부한 이들에 더해 동료들이 진행한 모금으로 1100만 원이 모였다. 50만 원에서 시작한 모금이었다. 그 돈은 자신이 겪은 처지에 있는 암환자들에게 전달됐다.

전달식에서 만난 그의 지인들은 뮤지컬 배우이자 찬양 사도인 황씨가 매사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에 정이 참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란 말이 새삼 새롭게 다가왔다.

수억 원을 기부하고, 평생을 봉사활동에 매달린 이들과 비교하자면 황씨의 생은 크게 내세울 게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노래를 좋아했고 사람을 소중히 여겼다. 하지만 그는 작은 것 하나에도 진심이었다. 자신이 받은 사랑이 얼마나 큰지 잘 알았고, 늘 감사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편지 한 장 허투루 쓰지 않았다. 성금 전달식에서 미사를 주례한 김영복(수원교구) 신부는 짐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는데, 황씨에게서 받은 편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챙긴다고 했다. 지금도 사무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뒀다고 한다.

그는 생전 마지막 콘서트를 열지 못했지만, 그가 뿌린 ‘수’ 많은 ‘정’이 동료들 곁에 남아 끝나지 않는 콘서트를 이어가고 있다.

희망을 얘기해야 하는 새해다. 하지만 시국 상황에 따른 소시민들의 어려움을 보면 희망을 말하는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지막 순간에도 희망이란 말을 꺼냈던 황씨의 메시지가 조금이나마 위로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잘 사는 것만큼이나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치만···. 이렇게 앞이 캄캄한 상황에서 여전히도 희망을 품고 있는 아빠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해. 고맙고··· 정말 미안해.”(황수정 율리아나의 투병 단상 ‘아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