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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4 등록
[신앙단상] 새해 여러분의 소원은 무엇인가요(김하윤 가타리나, 한국가톨릭젊은이성령쇄신연합 회장)
새해가 되면 많은 분들이 해돋이를 보면서 소원을 빌곤 합니다. 각자가 삶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이 투영되는 것이 소원인 것 같습니다. 저는 청년기에 청년 신앙 공동체에서 신심 활동을 하면서 희망, 그리고 희망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주님이 제게 기대하시는 것을 희망하고 주님과 같은 마음이 되어가는 여정이 복되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 길이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과 다른 것을 제가 바랄 때 내려놓는 아픔도 겪고, 제가 원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는 고통도 있었습니다. 그 뒤에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고 주님이 저를 사랑하시고 주님이 제게 바라시는 것이 저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알기 전에는 쉽게 좌절하고 실망하고 포기하며 이리저리 방황하며 살았습니다.
20대 시절, 제 소원은 이랬습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이름 있는 직장에서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며 돈을 모으고 연애하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 일부는 이루었으나 일부는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룬 것마저도 코로나 시기에 건강을 잃고서는 무너졌습니다.
같은 시기, 직장에서 퇴사하는 과정에서 의지하며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상처를 주고받고, 애사심을 가졌던 직장에 실망하고 제 자신에게 실망하면서 이직을 포기하고 귀농하겠다며 천주교 농부학교에서 텃밭농사를 배웠습니다. 그곳에도 농부이신 아빠 하느님이 계셨습니다. 농사는 제가 짓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느님의 손길인 비와 바람과 햇살이 짓고, 저는 거름을 주고 벌레를 쫓고 가지를 치며 돌보는 것임을 배웠습니다. 농사야말로 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살며 지혜를 나누어 가뭄·흉작을 겪어내고 서로 잘하는 작물을 키우며 다양성 안에서 풍족함을 누리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늘을 지붕 삼아 텃밭에서 사계절을 겪고 일 년의 배움이 끝나갈 즈음, 하느님께서 제가 신앙 공동체에서 다시 일어나기를 바라신다는 것을 깨닫고 주님께서 허락하신 삶의 자리에서 넘어지고 일어나는 것을 반복하면서도 주님께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느낀 것은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삶의 자리에서 어떤 것을 발견하고 어떻게 임하여 살아내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새해 벽두 우리는 자신이 취약한 부분과 바꾸고 싶은 부분을 두고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하느님 중심으로 우리 삶의 계획을 주님과 함께 세워보면 어떨까요? 우리 각자가 살아가는 자리를 하느님이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길 바라시는지부터 기도로 여쭤보고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올 한 해 우리에게 맡겨주신 것들에 감사하면서 어떻게 그것을 돌보길 바라시는지, 하느님 자녀인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라시는지 주님과 같은 마음으로 희망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향주삼덕, 주님께 나아가는 참 희망으로 우리의 한 해 소망을 같이 올려드리면 어떨까요?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로마 5,5)
김하윤 가타리나(한국가톨릭젊은이성령쇄신연합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