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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주교회의 > 교구종합
2025.07.19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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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눈]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법
코로나 때의 일입니다. 코로나로 자영업을 비롯한 민생경제가 어려움을 겪던 시절 한 수녀님은 수도자로서는 큰돈을 받게 됩니다. 바로 정부에서 지급한 코로나 지원금이었습니다. 수녀님은 갑자기 받게 된 지원금에 당황했다고 합니다. 재물 때문에 수도 생활이 방해받지 않고 싶은 마음과 지원금을 신청해서 받고 쓰기까지의 복잡한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받지 않은 지원금은 국가가 알아서 우리 사회의 약자에게 사용한다고 하니, 차라리 그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고민과 성찰을 거쳐 수녀님은 착한 소비를 통해 경제를 선순환 시킨다는 지원금 취지를 따르기로 합니다. 단 지원금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기준을 정해 사용하기로 합니다. 그 기준은 바로 ‘복음’입니다. 더욱이 수도원의 총원장 수녀님은 지원금이 ‘복음적’으로 사용하기를 바라고, 혹시 돈을 모아서 사용하기를 바라면 수도자들이 잘 의논하여 결정하라는 말이 그 수녀님의 지원금 사용 기준을 ‘복음’으로 하는데 확신을 주었습니다.

수녀님들은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늘 함께하는 것에 익숙해 있었던 수도자에게 ‘큰돈’과 ‘결정권’이 주워졌기 때문입니다. 모였다 하면 지원금을 주제로 대화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기관이나 개인에 대한 정보를 서로 교환했습니다. 어려운 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무료밥집, 노량진 취업준비생, 북향민 등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 대한 정보가 교환되었습니다. 모두 복음적으로 충실히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예수가 지금 지원금을 받으면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수녀님은 한 다문화 가족이 생각났습니다. 한국에서 어렵게 살며 고생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고 무엇보다 외국인은 재난지원금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앞에서는 모두 평등했지만 지원금 앞에서는 불평등했습니다. 다른 수녀님들과 함께 모은 돈으로 구입한 물건을 전달하고 돌아오는 길. 수녀님은 공동체성과 청빈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의 힘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이 다음 주부터 시작됩니다. 소비쿠폰으로 어려운 민생 경제에 도움이 되기를 정부는 바랍니다. 한 삼겹살집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도 “소비쿠폰으로 경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골목상권을 응원한다”고도 했습니다.

코로나 시기 지원금을 받았던 수녀님도 소비쿠폰을 받을 것입니다. 수녀님들은 이번에도 수도자로서 받게 된 큰돈에 앞에서 고민할 것입니다. 어떻게 복음적으로 사용할까. 예수가 소비쿠폰을 받으면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까로 말입니다. 그리고 그때도 그랬던 것처럼 착한 소비를 하고 돌아오는 길 수녀님은 공동체성과 청빈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의 힘을 발견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 모두가 그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법>입니다. 복음에 따르는 착한 소비로 우리 공동체의 모두가 사랑의 힘으로 충만하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