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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4 등록
세계 평화의 날
[류재준 그레고리오의 음악여행] (31)
1월 1일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자 ‘세계 평화의 날’이다. 성 바오로 6세 교황께서 1968년에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세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는 ‘세계 평화의 날’로 정하심에 따라 교회는 이를 기념하고 있다.
2024년은 범지구적으로 하루도 긴장을 놓을 수 없을 만큼 어려운 나날이었다. 중동 지역과 우크라이나에서는 총성과 포격음이 멈추지 않고 있으며, 민주화 이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계엄이 선포된 대한민국의 현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얼마나 불안정하고 위험한지 세계인에게 알려주었다.
형제자매와 친구를 전쟁에서 잃은 후 상대를 용서하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살라고 요구하는 것은 가능할 리가 없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전의 약속을 깨뜨리는 것이 오히려 지도자의 덕목으로 추앙받는 야만의 시대가 되었다. 분명 우리 사회에도 계엄을 통한 내란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은 결코 신념이라고 포장된 잘못된 생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화합’과 ‘평화’를 순진하고 어리석은 조롱의 대상으로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평화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위태로운 것인지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오늘 독서에서 인용하는 민수기에서 주님은 이스라엘의 자손들을 축복하며 복과 은혜와 평화를 베푸셨다고 한다. 이 시기의 평화는 생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 지도자가 자칫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때 한 민족이 전멸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무력과 증오 그리고 이기주의는 평화를 깨뜨리는 가장 잘 드는 무기들이다.
평화를 상징하는 클래식 음악 중 바흐의 음악은 특별하다. 특히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단조’는 아름답고 명확한 주제와 이 주제가 펼치는 광활한 세계를 수려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2악장의 영혼을 파고드는 듯한 느린 선율은 속세의 어려움이 하찮은 먼지처럼 느껴질 정도로 감동을 선사한다. 힐러리 한과 도이치 캄머필하모니는 이 아름다운 작품을 그 이상으로 승화하고 있다.
Bach Violin Concerto in A Minor, BWV 1041
//youtu.be/Q3-5144TaYg?si=5zNLd1kb4kkjJppR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5번의 2악장’도 아름다운 선율과 영적인 화성으로 가득하다. 어둡고 비참한 선율을 거쳐 구원을 향하는 베토벤의 열망은 끝내 평화에 가득 찬 세상을 만난다. 첼로의 거장 게리 호프만과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연주로 들어보자.
Beethoven Sonata for Cello and Piano No. 5 in D Major, Op. 102, NO. 2
//youtu.be/ULvjrFTg4wY?si=RWPb_iLZCoGpjbTT
류재준 그레고리오, 작곡가 /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