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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4 등록
고 황수정씨가 남긴 사랑이 20배로… 1100만 원 기부
황씨 지인들, 고인이 못다한 콘서트 환불액 등 모금해 마뗄암재단에 전달
침샘암으로 지난 11월 10일 선종한 뮤지컬 배우 겸 찬양 사도 고 황수정(율리아나)씨가 남긴 50만 원이 20배가 넘는 1100만 원이 되어 마뗄암재단에 기부됐다.
가톨릭 생활성가팀 ‘열일곱이다’ 단원이었던 황씨는 투병 중 동료 단원 추준호(예레미야)씨, 동료배우 김유정(발레리아)씨와 마지막 콘서트 ‘귀인’을 준비했다. 하지만 콘서트를 앞두고 급격한 건강 악화로 진행할 수 없게 됐다. 그때 예매했던 이들 중 푯값을 환불받지 않고 황씨에게 기부한 이들과 거기에 유가족이 보태 마련된 50만 원이 이번 기부금의 씨앗이 됐다.
황씨의 지인들은 일명 ‘수정스런 기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더 많은 이의 기부를 추가로 받아 ‘황수정과 귀인들’이란 이름으로 마뗄암재단에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운영하는 마뗄암재단은 의료 혜택에서 소외되고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암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마련해주고, 암 환자와 가족들이 영적·육적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무료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황씨가 남긴 씨앗에 총 155명이 동참했다. 전달식은 12월 21일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본원에서 김영복(수원교구) 신부 주례 미사와 함께 진행됐다.
추준호씨는 “늘 남을 먼저 생각했던 수정이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이름으로 기부에 동참시키는 것을 보고 ‘수정스럽다’라는 말이 참 어울린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김유정씨는 “수정이는 자신이 받은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았고, 또 감사하고 베풀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다시 수정이 이름으로 모일 수 있었다”고 했다.
황씨의 동생 황수민(루치아)씨는 “언니는 정이 참 많았다”며 “떠난 뒤에도 언니의 사랑이 나뉘는 모습을 보니 감사하고, 암환자들을 위해 좋은 곳에 쓰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마뗄암재단 이사 이영숙 수녀는 “황씨가 투병 중 마뗄암에서 피정한 적이 있었는데, 영혼이 정말 깨끗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하느님이 주신 특별한 선물이라 여기고, 암 환자들을 위해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겠다”고 전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