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성탄 대축일과 성탄 시기를 상징하는 요소나 사물이 여럿 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나 성탄 구유가 대표적인 경우지요. 음악에서는 이른바 '파스토랄레'(Pastorale) 혹은 '파스토랄' 전통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본래 파스토랄레는 이름 그대로 전원적이거나 목가적인 음악을 뜻하지만, 바로크 시대부터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음악으로 널리 사랑 받았습니다.
복음서의 성탄 이야기를 보면 천사와 하늘의 군대가 주님을 찬미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또 아기 예수님이 구유에 누워 목동들의 경배를 받는 장면도 있지요.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이 부분을 음악으로 이해했는데, 천사들은 노래를 부르고 양치는 사람들은 악기를 연주했다고 상상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주님 성탄 대축일에 소박하고 목가적인 '파스토랄레'를 연주하는 전통이 생겼지요.
특히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에서는 성탄 무렵에 아브루치(Abruzzi) 지방에 사는 양치기들이 로마를 방문해서 백파이프의 일종인 참포냐(zampogna), 리드가 있는 피리의 일종인 피페로(piffero) 같은 악기를 연주하며 성탄을 축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곡가들도 점차 백파이프처럼 저음이 계속 이어지는 드론 베이스(drone bass) 위로 흐르는 부드러운 선율이 있는 파스토랄레를 써서 성탄 시기에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헨델의 <메시아> 1부(1부는 주로 성탄을 주제로 다룹니다)에 있는 '피파(Pifa)'나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의 2부 신포니아 등이 그런 작품인데, 가장 유명하고 가장 후세에 많은 영향을 미친 작품은 아르칸젤로 코렐리(Arcangelo Corelli, 1653~1713)의 합주협주곡 G단조(op.6-8)입니다.
코렐리는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초반까지 로마 음악계를 이끌었던 탁월한 음악가로,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오케스트라 리더, 작곡가로서 트리오 소나타와 콘체르토 그로소(합주 협주곡), 독주 바이올린 소나타 등 바로크 기악곡의 원리를 집대성해서 모든 후세가 본받고, 모방하고, 비판하게 될 고전적 모범을 제시했습니다.
코렐리는 로마에서 고위 성직자와 왕족, 귀족의 후원을 받으며 활동했는데, 가령 1689년 주님 성탄 대축일에는 피에트로 오토보니 추기경이 명의 본당이었던 산 로렌초(San Lorenzo in Damaso)에서 집전한 장엄한 미사에서 직접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악단을 이끌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협주곡>은 이 미사를 위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여겨집니다.
악보 머리에는 '성탄의 밤을 위하여'(Fatto per la notte di Natale)라는 부제가 있어서 용도를 명확하게 드러내며, 코렐리 특유의 강한 대비감과 유려한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핵심은 마지막 부분인 '파스토랄레'로, 여기서 현악 연주자들은 백파이프 연주를 흉내 내며 성탄의 목가적인 정서를 표현합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