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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 일반기사
2024.12.2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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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탄핵 너머 정의를 위해(오현화 안젤라,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2024년 12월은 윤석열 대통령의 한밤중 계엄과 이를 막기 위한 저항, 그리고 탄핵안 가결까지의 숨 가쁜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아직도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설마 했지만, 이 시간을 틈타 탄핵을 거부하는, 심지어 계엄을 옹호하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잘못했지만, 민주당은 더 싫다는 말들, 정치인 누구누구는 더 나쁘다는 말들은 대통령이 탄핵당한다고 세상이 얼마나 바뀌겠느냐는 회의감이 올라오게 한다. 이 겨울 우리는 탄핵 너머 어떤 세상을 지향해야 하는지 구체화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해제 이후 담화에서 계엄의 정당성과 자신의 억울함을 피력했다. “원전 생태계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체코 원전 수출 지원 예산은 무려 90%를 깎아버렸습니다. 차세대 원전 개발 관련 예산은 거의 전액을 삭감했습니다.”

그러나 이 발언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오히려 바로 지금 설계수명 만료를 앞둔 영광 한빛 1·2호기와 경주 월성2호기 수명 연장이 차근차근 추진 중이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이 삭감됐다고 하지만, 일단 1차 시추는 시작됐다. 제철 맞은 홍게 조업을 앞둔 어민들 반발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재난으로 위협받고 있는 농민의 삶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현실성’을 이유로 뒷전으로 미룬 것이다.

현 정권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제주 제2공항·가덕도 신공항과 새만금 신공항은 정권과 상관없이 추진돼왔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도 마찬가지다. 지난 정권에서 수많은 사람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을 요구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어렵게 발의된 탈석탄법은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 보편적인 평등을 요구했던 차별금지법 역시 마찬가지다.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처럼 당장 정치적인 이익이 없다고 생각하는 소수자를 위한 정책은 늘 뒷전이다.

윤석열 대통령 한 명을 탄핵한다고, 정권이 바뀐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한 번 탄핵과 정권 교체를 경험했고, 반복하고 싶지 않다. 지금 정권의 대안으로 또 다른 부정의가 서는 것을 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개인 처벌을 넘어 정의가 바로 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을 세우는 구체적인 상을 제시하는 데에 교회 역할이 중요하다.

교회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선인지, 어떤 자세로 대화해야 하는지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지구의 울부짖음과 가난한 이의 부르짖음’에 응답해 ‘공정을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아모 5,24) 하는 것이 불의한 세상 한가운데에 사람으로 오신 예수님을 맞이하는 자세가 아닐까. 이 겨울 광장에서 시작한 역동이 하느님 나라로의 희망으로 이어지길 기도한다.

“교회는 더 나은 세상의 건설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됩니다. (중략) 우리는 섬기는 교회가 되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삶에 동행하고 희망을 지지하며 일치의 표징이 되고? 가교를 만들며 벽을 허물고 화해의 씨를 뿌리고자 집 밖으로, 성당과 제의방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모든 형제들」 276항)





오현화 안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