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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 일반기사
2025.07.19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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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 동문 합창단 세계합창제 무대에 서다”

지금으로부터 그야말로 60여년전에 김수창 야고보 신부님 (현 원로 사제)이 명수대 성당(현 흑석동 성당)에 첫 보좌신부로 부임하셔서 청소년들의 신앙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만든 고등학교 성가대가 있었다.



이름하여 “글로리아 고등 성가대”로 남, 여 고둥학생들로 구성된 혼성4부 합창단을 만들어 학생미사나 본당행사 때 성가봉사를 하도록 하셨다.



이렇게 시작된 성가대 활동은 수십년 동안 연륜을 계속하여 많은 동문들을 배출해 내었고 각자 사회로 진출 후에도 동문회를 결성하여 정기적으로 모여 신부님을 찾아 뵙고, 선, 후배 간에 우애를 다지며 신앙 공동체의 하나로 활동을 이어 나갔다.



2011년초 서울대교구 사목국에 계시던 민병덕 신부님 (흑석동 성당 출신)이 글로리아 성가대 출신 동문들이 모여 합창단을 결성하여 음악이 필요한 곳을 찾아 성가 봉사를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여 글로리아 동문 합창단을 새롭게 결성하였다.



 





 





그 이후로 정기적으로 모여 합창 연습을 하면서, 은퇴 신부님들의 본명 축일 미사와 축하행사 때 성가를 부르거나, 동문들 자녀들의 혼배미사 때 축가를 부르고, 가끔 양로원, 요양원 등을 찾아 음악을 필요로 하는 곳에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를 전하는 조그마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작년 초에 민신부님과 함께 여러 동문들이 모여 제주도에 있는 성지를 순례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한 동문이 이탈리아에서 매번 열리는 세계합창축제가 있는데 우리 동문합창단이 한번 도전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내 놓았다.



우리가 젊었을 때 그 유명했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고는 우리도 언젠가 알프스에 올라 함께 노래할 기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꿈을 꿨었는데, 마침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끝자락인 돌로미티 산 기슭에서 세계합창제가 열린 다니 이곳에 참가한다면 바로 그 꿈이 현실화되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어느덧 세월이 많이 흘러 우리 합창단 단원 평균 연령이 70대 초반의 고령이고, 혼성 4부 합창단으로서 각 파트 밸런스에도 문제가 있는 상태인데 과연 해 낼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 신부님께 상의를 드렸더니 지금 나이가 어때서 이런 도전을 마다하느냐고 나무라신다.



다행히 본 세계합창제에 대해 좀더 알아보니 각자의 실력을 다투는 경연대회가 아니고 세계 여러 나라 합창단들이 함께 모여 노래하고 즐기는 합창 축제의 성격이라 참가에 크게 부담이 없고, 다른 나라에서도 연세 많은 시니어 합창단이 많이 참석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용기를 얻었다.



비록 우리가 나이는 좀 먹었지만, 우리 케이 팝 젊은이들처럼 세계 무대에 나아가 우리나라의 위상을 알리고, 동시에 우리의 젊었을 때의 꿈도 현실화하고, 요즘 유럽에서 가장 뜨는 관광지인 돌로미티도 돌아보고 오는 일석삼조의 기회를 잡아보자고 다짐하였다.



 



 





 





 그래서 작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세계합창제 참가 준비에 들어갔다. 우선 매주 정기적으로 모여 합창 연습을 시작했고, 우리가 발표할 곡들을 선정했다. 세계합창제 주최측과도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참가 등록 절차 및 참가비 등을 논의했다. 그리고 여행사를 통해 우리가 타고 갈 항공사를 선정 단체 예약을 마쳤다.



매년 이탈리아 동북부 돌로미티에서 열리는 ALTA PUSTERIA 세계합창제는 올해가 28회째로 역사가 무척 오래된 합창 축제로 전세계 여러 나라 합창단이 참여하는데 동양권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참가를 해왔다.



하지만 올해 6월 11일부터 15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합창축제에는 세계 21개 국가에서 82개 합창단, 총인원 3,200여명이 참가하는데 동양권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참가하는 우리 글로리아 합창단과 전북 지역 치과의사들로 이루어진 남성합창단인 무지카 덴탈레가 전부이다.



드디어 6월 10일 민신부님을 필두로 37명의 합창단원과 동반자들이 인천공항을 출발 세계합창제가 열리는 이탈리아 돌로미티로 향했다. 비록 여러 면에서 부족함이 있지만 열심히 연습한대로 잘 해낼 수 있도록 주님께서 도와주시기를 청하며 장도에 오른 것이다.



합창제 첫날 환영행사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우리 합창단은 실내공연 2회와 야외공연 2회, 그리고 합창연회 등 총 6개의 공연에 참여했다. 특히 각 합창단이 대표곡 2곡을 부르는 합창연회에서는 멋진 한복을 차려 입고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민요 아리랑과 우리 합창단 단가인 글로리아를 열창해 외국 청중들로부터 많은 박수와 갈채를 받았다.



 



 





 





 이번 합창축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합창단 퍼레이드 행사때에도 아름다운 한복을 차려 입은 우리 합창단 여성단원들이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며 여러 외국 합창단원들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 경쟁적으로 몰려 들어 대 성황을 이루었다.



이번 우리가 준비한 공연 곡은 우리나라 노래를 세계에 알리는데 중점을 두고 “별”, “오빠생각” 같은 동요로부터 시작해서 “고향의 노래”, “추심”과 같은 주옥 같은 우리 가곡과 “사명”, “살게하소서” 등 우리나라 작곡가가 만든 성음악을 포함하였고, “사랑해”, “다정한 연인들”, “저별은 나에 별” 등 유명 통기타 곡들을 모아 사랑 메들리를 만들어 기타 반주에 맞추어 노래하였다.



 



 





 





 이번 세계합창제에는 젊은 청소년들로 구성된 유스합창단부터 중 장년 혼성팀 및 남성합창단이 많았고, 우리와 같이 오랜 성가대 활동을 계속하여 70대에 이른 시니어 합창단도 보였고, 같은 도시에 사는 대학동문들이 모여 만든 합창단 등 아주 다양한 참가 형태를 볼 수 있었다.



합창대회 마지막날 각 합창단이 참가 수료증을 받는 폐회식 행사가 있었는데 멀리 동양에서 온 우리나라 글로리아 합창단이 가장 많은 박수와 찬사를 들었다. 물론 대부분이 서양 합창단이 참가한 가운데 유일하게 동양에서 왔으니 특별 대우를 해준 점도 있겠지만, 우리 공연 자체도 서양 합창단들의 공연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고, 우리나라 음악과 아름다운 한복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였기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당초 의도했던 목적을 조금이나마 이루었다는 성취감에 모두가 행복한 마음이다.



합창제가 끝나고 멋진 돌로미티 지역을 잘 관광하고 귀국 전 마지막 날에는 파도바에 있는 성안토니오 대성당을 참배하고 감사 미사를 드린 후 37명 전원이 아무 탈 없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귀국 후 잠시 몸을 추스른 후에는 지금 여주에 살고 계시는 김신부님을 찾아 뵙고 합창제 결과 보고 대회 겸 해단식을 가졌다.



이렇게 우리 글로리아 동문 합창단이 이탈리아 세계 합창대회에 참석하여 조금이나마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음악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기회를 가지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음악을 통해 주님의 사랑과 평화를 전하는 일에 열심히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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