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이들의 희년'에는 1400여 명의 한국교회 청년과 청소년이 참가했다. 서울·대구·의정부·수원·인천·부산교구 등 전국 각지에서 로마를 찾은 젊은이들은 교구별 일정에 따라 곳곳의 성지와 성당을 순례하며 희년의 의미를 깊이 새기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개최 소식을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히 했다. 한국교회 순례단의 7일 여정을 소개한다.

1400여 한국교회 젊은이 성 베드로 광장에…"하느님 믿는 수많은 청년 한마음으로 기도 감동"
한국교회 순례단은 7월 29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리는 개막미사 참석을 위해 젊은이 인파에 합류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아메리카 젊은이들이 길거리에서 특유의 흥에 겨워 춤추고 노래하자 다소 어색해하기도 했지만, 이내 태극기를 높이 들고 흔들며 '대한민국' 순례자들이 로마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개막미사에 깜짝 등장한 레오 14세 교황을 보고 놀란 것은 한국 순례단도 마찬가지였다. 더불어 이날 교황이 청년들에게 전한 "우리는 세상에 평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는 한국 순례단에도 깊은 감동을 줬다. 배유현(로사, 대구대교구 경산 사동본당) 씨는 "무엇보다도 하느님을 믿는 수많은 청년이 한자리에 모여 축제를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차고 기쁘다"며 "교황님께서 손을 흔들며 곁을 지나실 때 우리 마음속에 평화가 깃들기를 간절히 기도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순례단은 로마 4대 성당과 희년 성문을 통과하며 본격적인 순례에 들어갔다. 각 교구는 일정에 따라 교구별 미사를 봉헌하기도 했다. 서울대교구는 7월 31일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의 명의 본당인 로마 성 크리소고노 성당에서 전체 미사를 봉헌했다. 대구대교구는 8월 1일 교황청립 안토니오 대학교 임마꼴라따 경당에서, 의정부교구는 로마 라테라노 세례당에서 각각 미사를 봉헌했다. 한국 청년들은 모든 상처받은 젊은이들과 전쟁과 기아에 시달리는 분쟁 지역의 어린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젊은이들의 희년' 의미를 되새겼다.
서울대교구 전체미사는 염 추기경이 주례하고 2027 서울 WYD 지역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바오로) 주교, 최광희(마태오) 보좌주교를 비롯한 사제단이 공동 집전했다. 또 세계청년대회를 담당하는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의 글레이손 데 파울라 소자 차관 등 대표단도 참석해 다가오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의 성공적인 준비와 개최를 위한 각오도 함께 다졌다. 특히 소자 차관은 "여러분은 대회가 끝나고 한국에 돌아가면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기쁨을 다른 한국 청년들에게도 전해야 할 위대한 사명을 지닌 희망의 선교사"라고 격려했다.
8월 2일 '교황과 함께하는 밤샘기도'(Vigil)와 3일 폐막 미사를 위해 로마 토르 베르가타(Tor Vergata)에 모인 한국교회 순례단은 특별히 제대와 가장 가까운 자리를 배정받았다. 레오 14세 교황이 희년 십자가를 들고 청년들과 함께 제대에 오르는 장면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했고, 교황이 주례한 성체현시와 강복도 가까이서 참례했다.


서울 WYD 공식 일정 발표에 환호…"2년 후 대한민국 서울에서 우리는 다시 함께할 것"
3일 봉헌된 폐막미사에서 교황이 2027 서울 WYD 일정을 공식 발표하고, "청년들의 순례 여정은 계속될 것이고, 대한민국 서울에서 우리는 다시 한자리에 모일 것"이라고 말하자 한국 순례단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한국 순례단이 든 태극기가 중계 화면을 가득 채우고 다른 나라의 순례자들도 한국 순례단을 향해 환호를 보냈다. 2027년 서울 WYD를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한국교회 순례단에도 '젊은이들의 희년'은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끊임없이 걸어야 했고 때로는 긴 줄을 기다려야 했다. 8월 2일 밤샘기도 후에는 비가 오는 가운데 야외에서 쪽잠을 자기도 했다. 하지만 청년들은 육체적으로 힘든 것 이상을 얻어간다고 입을 모았다.
이우준(베드로,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본당) 씨는 "육체적으로는 비록 덥고 힘들 수 있지만 청년들과 함께 그리스도의 안에서 함께 모여 미사를 드리니 오히려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2027년 열릴 서울 WYD에서도 전 세계 청년들과 오늘 같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전했다.
김재원(리디아, 서울대교구 오류동본당) 씨도 "밤샘기도회 후 야외 취침이 힘들었지만, 이것 또한 주님을 만나기 위한 순례 여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전 세계의 다양한 청년들이 하느님을 믿는다는 공통점 속에 하나로 모여 친교를 나눈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이자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