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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8 등록
[시사진단] 마법의 비만 치료제?
많은 이의 새해 결심 1위가 체중 감량이다 보니 연초가 되면 희색이던 운동시설 업주들이 올해는 울상을 짓고 있다고 한다. 약으로 살을 빼는 사람들이 증가한 탓이란다.
2014년 이후 승인된 삭센다·위고비·마운자로 같은 비만 치료 주사제는 인슐린 분비 촉진, 소화 속도 둔화 효과도 있지만 주로 식욕 억제를 통해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기존 향정신성 식욕 억제제는 부작용이 심각했는데 이 주사제는 체중감량 효과가 더 좋고 부작용은 덜 심각해서 월 40~50만 원의 고가(高價)임에도 불구하고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마법의 주사로 인류의 비만 문제는 드디어 해결되는 것인가? 전망은 회의적이다. 안 먹어서 뺀 살은 약제 사용을 중단하면 빠르게 돌아오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 주사제를 사실상 평생 맞아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효과를 한 번 본 사람들은 몸이 상해도 약을 끊지 못하거나 중단했다가도 다시 찾기 쉬워서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더구나 아무리 좋은 약에도 부작용은 있는 법. 이 주사제를 장기간 사용 시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므로 비만은 예방이 최선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만 유발에는 생물학적 요인뿐 아니라 사회·문화·경제적 요인이 강력하게 작용한다. 비만을 의지 박약·나태함·무능함 등이 빚어낸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우량아로 태어나 소아비만으로 자라 성인기에 체중의 3분의 1을 감량한 당사자이자, 의사로서 비만 환자를 치료한 경험에 비춰보면 비만이 개인적 부덕(不德)의 소치는 아닌 것 같다. 일단 그 영향은 미미하지만 유전적으로 식욕이 높게 설정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식탐을 부르는 음식이 횡행하게 만든 사회구조와 문화가 큰 영향을 미친다.
식탐을 부르는 음식으로는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 초가공식품이 있다. 그 음식들은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지만, 인체 구성 성분이 아니기에 아무리 먹어도 우리 몸에서는 피와 살이 될 재료를 들여보내라는 신호를 보낸다. 즉 단백질과 지방을 필요한 만큼 섭취해야 하는데 탄수화물만 계속 넣어주면 그 신호는 가라앉지 않는 식욕으로 발현된다. 저렴하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탐 유발 식품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음식을 챙겨 먹으려면 돈과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그런 여유를 부여하고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가치나 의미의 상실을 소비로 보충하려는 문화, 특히 다른 사람들이 먹는 것(주로 식탐 유발 식품)을 사 먹고 SNS에 인증하는 풍조도 성찰해야 한다. 남들 먹는 건 다 먹어야 하지만 동시에 저체중을 강요하는 세상, 몸에 옷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옷에 몸을 맞추라는 세상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건강상의 문제가 없는데도 정상 혹은 저체중인 사람들이 이 주사제를 무차별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된다. 또 주사제로 살을 쉽게(부작용은 생각지 않고) 뺄 수 있다고 사람들이 믿게 되면 비만에 대한 편견이 오히려 강해질 수 있다. 확실하게 살을 빼주는 치료제가 있는데 왜 계속 그런 몸으로 살고 있느냐며 비난하는 것이다.
결국 식욕억제제로 비만을 해결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필요에 의해 사용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해결의 시작일 뿐 끝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비만을 유발하는 사회 경제적인 요인을 고쳐나가는 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